여행기/일본 홋카이도(자전거)

홋카이도 여행 이야기 10 - 일본인 부부와의 수다...

White Saint 2009. 8. 21. 20:42
딱 보기에 전형적인 모범생처럼 생긴 남자... 약간은 귀여운 스타일의 여자...
그남자 : 어디에서 오신거에요?
나 : 후라노요~
그남자 : 자전거타구요?
나 : 네~
그남자 : 비 안맞으셨어요?
나 : 쫄딱 맞았죠... 보시다시피...
그남자 : 근데 별로 안 젖어 보여요.
(라고 하면서 은근 슬쩍 의자를 들고 내쪽으로 온다... 나... 남자 취향아닌데...)
나 : 수건 사서 닦고 말렸어요 ^^
(이 때 다행히 일행 여자분도 온다... ㅋ)
그여자 : 일본은 처음이세요?
나 : 아뇨 두번째요.
그여자 : 와... 그럼 어디어디 가보셨어요?
나 : 작년엔 오사카-교토-히코네-나고야-가마고리-시즈오카-도쿄였구요~ 올해는 아까 온 후라노부터 비에이 거쳐서 아사히가와랑 삿포로랑 오타루랑 하코다테 볼거에요.
그남자 : 하코다테! 우리도 거기 갔다왔는데 산에 올라가면 전 도시가 보이는 데, 야경이 장난아니에요. 후회 안할거에요.
그여자 : 와~ 우리도 히코네는 못 가봤는데... 거긴 왜 갔던거에요?
나 : 아 그래요? 히코네성이랑 비와코호수 보려고 갔었어요... ^^
그남자&그여자 : 아~

참... 난... 일어도 못하고 영어도 못하는데... 그리고 그 커플은 영어만 내 수준(?)으로 하는데도 불구하고우리는 신나게 떠들기 시작했다... 나에겐 국제언어인 바디랭귀지가 있으니까~

그여자 : 이름이 뭐에요?
나 : OO라고 하는데 중간 받침인 "ㅇ"이 발음하기 힘들 거에요...
그여자 : 이름 맞죠? 그럼 성은 뭐에요?
나 : "박"이구요... 이렇게 써요... "朴"

사실... 우린 서로의 짧은 영어로는 아무리 필살의 바디랭기지가 있다하더라도... 대화가 통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한중일 공용 필살기인 "한자"를 써서... 필담을 섞어가며 떠들었다...

그여자 : 아... 저는 사치코구요... 이쪽은 야마시타에요...
야마... 山... 반짝반짝... 쉬운단어다... ㅋㅋ
나 : 아... 이건 한국에서는 "산"이라고 발음해요... ^^
사치코 : 아... 그럼 후지야마는 한국어도 후지"산"이겠네요?
나 : 그렇죠~ ㅎ~ 두분은 결혼 하신거에요?
나... 일본와서 일본인에게 한국어 가르쳐주고 있다... 으흐흐...
야마시타 : 네. 작년에 했어요.
사치코 : 몇살이에요?
나 : 31살이요.(일본에서는 만으로 나이를 따진다... 그래서 이렇다... 나이 줄였다고 보진 말아주길... ^^)
사치코 : 야마시타는 30살이에요. 무슨 일 하세요?
나 : 전 전기 엔지니어에요.
사치코 : 전기 엔지니어가 어떤 일을 하는데요???
나 : Transformer랑 GIS가 들어가는 변전소 기초설계요... 무슨 일 하시는데요?
(왠지 Transformer 이야기에 눈이 반짝 거리는 것이... 영화 Transformer를 상상하는게 아닌지 걱정된다... 나중에 도쿄가서 한국에서 온 Transformer 설계자랑 이야기했다고 하는건 아닌지... -_-;;;)
야마시타 : 메디컬센터에서 일해요...
이 타이밍에 야마시타에게 와인을 한잔 줬다... 사치코도 잔을 들길래 낼름 한잔 주고... 내가 언제 일본의 여인에게 술을 따라볼 기회가 있겠나 ``;;; 만화에서 본 소믈리에들 처럼 병을 살짝 돌리며

나 : 일본의 음주예절은 제가 잘 몰라서 실수해도 용서해주세요...
라고 말했다... 그런데... 야마시타가... 그 뒤로... 술을 따라주면서... 손목을 돌린다... 내가 소믈리에 따라한 걸... 야마시타도 따라하는거다... ;;; 크흑... 이러다... 한국은 술을 다 이렇게 먹는다고 오해하면 어떻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제발... 야마시타... 도쿄로 돌아가서 한국인들은 다 이렇게 마신다고 오해는 하지 말아줘...

식사를 마치고 시작한 수다가... 와인 한병을 다 마시고 다른 한병을 더 달라고 해서... 또 마시고... (어제 못 딴 코르크마개의 와인... 따 달라고 하고 싶었으나... 국제 망신일까봐...) 한 병을 더 가져다 주시던 주인 아저씨... 우리가 친하게 떠들고 있으니... 신기하게 쳐다보고 -_-;;; 내가 동물원에 와있냐 ;;; 도쿄의 인구 이야기부터... 서울과 도쿄의 비싼 집값... 사치코가 도쿄 시내가 집값이 비싸서 조금 떨어진 곳에 집을 얻고 지하철로 출근하는데 1시간 20분이 걸려 힘들다는 이야기... 까지... 우리의 바디랭귀지는 야마시타가 하품할때까지 계속 되었다... ㅋ 야마시타가 하품을 할때쯤...

나 : 몇시에 잘거에요?
야마시타 : 음... 11시쯤이요??? ㅎㅎ
지금 시간은 10시...
이 타이밍에 그 젊은 일본인 부부에게 명함을 한장 줬다... 이상하게 엄청 좋아한다... 나 역시도 이번 일본여행에서 명함 줄만큼 대화를 나누는 일본인을 3명은 만나리라 계획했기에... 내가 더 좋아라 했는데... ㅎ~ 명함을 준다는 것이 일본인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젠 양국의 연예인 이야기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연예인이라는 동방신기... 움직이는 벤쳐기업 Boa... 일본에서 유명하다는 윤손하... 그런데... 내가 윤손하를 모른다니까... 신기해 하는 눈치다... 음... 안그래도... 난 TV 안본다고... 한국에서도 신기한 사람이야 ``;;; 최근에 있었던 초난강의 Naked Trouble까지... 원래 일본영화나 드라마를 안 보던 나는... 유심히 보지 않던 연예인들의 이름을 기억해 내는데 혼쭐이 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깊어 가던 밤...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던 야마시타의 눈이 반쯤 감길 무렵... 우리는 "Good Night"라는 인사를 나누고... 그들은 그들의 숙소로... 나는 주인 아저씨께 흡연장소를 물어보고... 흡연장소로 갔다...
...
..
.
-_-???
몇시간 참았으면... 담배가 땡기는 것이... 흡연자로서의 인지상정...!!!
현관문 바로 앞에 나를 안내해주고... 주인 아저씨는 "Enjoy"라고 말하고 들어가신다... 네... 즐길께요... 비오는 날 밤... 약간은 으슥한 곳에 위치한 펜션... 주변은 어둠... 눈치 챘지...? 어... 그래... 무섭다 ;;;
배부르고... 와인 마시고... 알딸딸하고...
아... 그들과 사진을 못 찍었구나... 에이... 오늘만 날이냐... 내일 찍지 뭐... 라고... 언제나 그랬듯 속편하게 생각한 뒤... 난 나의 숙소로 올라간다...
샤워용품을 챙겨와... 샤워를 하고... 제일 쉽게 마르는 옷인 져지를 빨아서 꼭 짜고... 평상복은 대충 빨래 한 다음... 다시 숙소로 올라왔다... 져지외에는 옷이 다 마를 것 같지 않아... 져지를 널어놓고...




다른 옷들은 아래에 넣어놓는다... 다른 쪽 침대위에 널부러진 짐들... 내가 내일 빠짐없이 잘 챙겨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걱정된다... 하지만... 졸리다 ;;;




침대에 눕자마자... 피곤했던 난... 곧... 비에이에서의 잠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