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참치김치볶음밥

White Saint 2010. 7. 5. 12:40
- 남자 관찰생활 버젼(탐구생활 아님...) -

날씨가 더운 휴일이에요. 휴일이라 그런지 이 남자... 해가 똥꼬까지 치솟았는데 퍼질러져서 잠만 자고 있어요. 사람이 얼마나 잘 수 있나 실험을 하나 봐요. 12시가 넘어서자... 부시시한 얼굴로 눈을 뜨더니 담배부터 물어요. 전생에 담배 못펴 죽은 귀신이 씌였나봐요. 담배를 한모금 피며 드러누운 채로 리모콘으로 컴퓨터를 켜요. 레알 게을러요. 이 남자... 싱글 생활을 오래해서인지... 눈뜨면 옆에 있는 여인네가 그리워서인지... 아니면 원래 변태인건지... 눈 뜨자마자 예쁜 한효주가 나오는 드라마 "동이"를 틀어요. 그나마 한편만 남았는지 게슴츠레하고 음흉한 눈으로 한시간동안 눈을 뜰때 그 자세 그대로 드라마를 보더니... 드라마가 끝나니 자기도 사람이라는 걸 인식한건지 배가 고픈가 봐요...

배가 고픈데도 일어나기 싫어 장혁의 복근을 만진 여인네처럼 온몸을 꿈틀거리다 일어나서 부엌으로 가요. 냉장고 문을 열고 물을 한잔 마시더니... 뭐가 있나 살펴요. 눈에 감자, 양파, 당근이 보여요. 어제 한 밥도 남은게 보여요. 얼굴을 보니 뭘 해먹을까 고민하는 것 같아요. 몇일 전 냉면사건[링크]도 있는데, 그냥 스팸이나 구워서 김치랑 먹는 게 정신건강에 좋아보이는데, 한참을 고민하다 인터넷을 뒤져요.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지더니 참치김치볶음밥을 하기로 결심했나 봐요.

냉장고에서 당근, 양파, 감자를 하나씩 꺼내요. 얼굴표정을 보니 맛있는 참치김치볶음밥을 하기 위해서 잘게 다지기로 결심했나봐요. 먼저 감자껍질을 깎기 시작하는데... 이 남자... 감자가 수박인줄 아나봐요... 감자껍질을 수박껍질처럼 벗겨요.




양파보다 컸던 감자가 깎고 나니 양파보다 작아졌어요.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모르는지 그냥 한개씩 다 넣기로 하고 야채들을 다지기 시작하는데, 다지기 시작하자 마자 방금 한 굳은 결심을 더운 여름날의 월드콘처럼 녹아버린건지 얼굴에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해요. 아까 인터넷에서 보았던 야채들은 손톱의 1/4크기로 다져져 있었는데, 이 남자가 다진 야채는 손톱보다 커요. 이 크기는 볶음밥이 아니라 큼직한 크기의 통야채가 들어간 카레라이스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이건 다진게 아니라 자른건데 그냥 자른거에 만족하나 봐요. 뭔가 하나를 했다는 뿌듯함이 보여요. 그래도 인터넷에서 당근과 감자가 잘 익지 않으니 먼저 볶아야한다는 건 봤나 봐요. 당근이랑 감자랑 참치를 먼저 볶기 시작해요.




당근, 감자, 참치를 볶다가 이제 김치를 넣으려고 해요. 아까 봤던 인터넷에선 김치도 잘게 썰어서 넣으라고 했는데... 이 남자는 생각해요. "김치를 잘게 썰면 씹는 맛이 없으니까, 그냥 넣어야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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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에요. 그냥 김치 썰기가 귀찮은건데 저렇게 자기 위안을 해요. 김치까지 넣고 볶다가 밥을 넣고 고소한건 좋아하는지 참기름까지 뿌려요.




날씨가 더운데 불 가까이서 볶음밥을 만드려니 더운가 봐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볶아요. 다 볶고 난 남자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요. 뭔가 큰일을 해냈다고 생각하나봐요... 이런 볶음밥은 견(犬)공이나 우(牛)공이나 할 수 있는데, 날씨가 더우니 더위 먹었나봐요.




뿌듯한 얼굴로 그릇에 옮겨담더니 뭔가 부족해 보이나봐요. 계란후라이까지 하나 해서 밥 위에 얹여요.




이제 다 되었나 봐요. 그냥 밥 먹기는 싫은지 아까 봤던 드라마를 또 보면서 먹어요. 드라마 여주인공이 자기랑 같이 밥 먹는줄 아는것 같아요. 어떻게 저렇게 한 걸 먹을 수 있는건지... 남자 자취생의 위장은 정말 위대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