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군대에선 못 고치는게 없다?

White Saint 2010. 8. 19. 09:29
군대라는 조직자체가 대학 지원 하듯이 원하는 부대에 갈 수가 없기 때문에 "장군의 자식"이 아니고서는 복불복으로 보내면 보내는 대로 가야 한다. 세인트 역시... 평범한 일반인이었기에 306보충대에서 가라는대로 가게된 "저주받은 땅 철원의 6사단" 군대의 겨울은 이렇게 매서운 것이구나... 라는 것을 뼈 시리게 느낀 후 영하 3도의 날씨가 너무나 따스하게 여겨지던 무렵... "입대하면 벙어리 3개월, 귀머거리 3개월, 장님 3개월"중 벙어리 3개월이 지나 이제 당당한(?) 이등병으로써 고참과 말을 해도 되는 권한이 생겼다.

이병 28호가 되어 "예! 알겠습니다."가 아닌 다른 말도 할 수 있게 된 어느날... 중대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만큼 꼬장을 부려 만인의 지탄이 되는 놈이자 중학교 2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황상병과의 오손도손한 대화를 듣게 된 이일병...

세인트와 단 둘이 있을 수 있는 오붓한(?) 근무시간이 되자...
이일병 : 야!
세인트 : 이병! 세!인!트!
이일병 : 너 황상병이랑 같은 동네서 왔냐?
세인트 : 예! 그렇습니다.
이일병 : 아... ㅅㅂ... 어째 니가 말할때마다 뭔가 울컥울컥 한다했더니 황상병이랑 말투랑 억양이 똑같아서 그랬구만 -_-;;; 너 사투리로 말할거면 입 벌리지마. 알았어?
세인트 : -_-???
이일병 : 알았냐고!!!
세인트 : 예. 알겠습니다...

아... 드디어 말할 수 있게 되었는데... 사투리로 말하지 말라니... 이일병... 너는 김대중 선생님의 "다른 건 다 고쳐도 사투리는 안 고쳐지더라"라는 주옥같은 말씀과... 김영삼 선생님의 "제주도 강간도시사건"도 모르느냐!!!라는 말을 꼭꼭 씹어 삼키고... 세인트는 "예. 알겠습니다."와 "잘 못들었습니다."의 2단 스킬이외에 다른 말을 하기 위해 특훈에 들어갔다...

다른 동기들이 화장실에 가서 흡연타임과 초코파이와의 데이트를 할때 세인트는 억양연습을 하였고, 다른 동기들이 고참들에게 재롱을 부릴때 세인트는 발음연습을 한지... 어언 3개월...

세인트는 그새 상병이 되어 버린 이일병에게 "그만하면 말해도 되겠다."라는 말을 듣고, 공식 말하기 권한을 획득하게 되었다. 그 후 세인트는 터프한 경상도 사투리가 아닌 상큼 닭살(?)한 서울 사투리로 군생활을 하게 되었고... 2년여의 시간이 지난 뒤 전역을 하고...




다섯 커플이 깨지면 솔로 10명이 탄생하는 기적이 일어나는... 솔로부대로 전출을 가게 되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