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지난 5개월간의 백수생활을 뒤돌아 보니...

White Saint 2010. 8. 16. 09:16
벌써 새 회사에 들어온지... 3주나 지났네요... 인간관계에 지칠만큼 지치고 힘들만큼 힘들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직을 하고 보낸 5개월... 5개월중에... 처음 3개월은 대학시절 방학 즐기듯이... 먹고 자고 싸고만 하면서 뒹굴거리다... 보니... 정말 노는 건... 일을 하다가 놀아야... 제맛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 시기이자... 사람이 일을 해야 할 시기에 일을 하지 않으면 얼마나 피폐해질 수 있는지를 온 몸으로 느낀 시기가 됐네요...

지난 시간을 되짚어 보자면 사직 후 처음 3개월...동안... 삶에 치이기 시작하던 시절부터 안보던 TV를 선덕여왕부터 다시 봐서 그런지... 아니면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던건지... TV부터 보기 시작했습니다... 대장금이 제가 본 마지막 드라마였으니... 공백기가 6-7년정도 되는듯... 그 사이에 유명했던 드라마들... 와... 정말 드라마들이 많더라구요. 대충 기억나는 것만해도 태왕사신기, 오필승봉순영, 하얀거탑, 꽃보다남자, 내조의 여왕등등... 드라마들을 다 보고 나니... 몸속에 잠자던 노래와 댄스본능이 꿈틀거려서... 뮤직뱅크를 보며 요즘 가요계를 탐닉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이 변했더군요... 동방신기라는 그룹이 인기있다는 얘기를 들은지 얼마 안된거 같은데, 그새 해체했었고... 노래는 좀 아는데, 멤버 얼굴은 모르던 그룹들중... 빅뱅, 슈퍼주니어도 알게 됐지요... 뭐 저도... 수컷인데... 남자그룹을 집중해서 봤겠어요...? 당연히 여자 아이돌 그룹들을 봤죠... 뭐가 이렇게 많은지... 원더걸스, 소녀시대, 씨크릿, 투애니원, 카라, 브라운아이즈걸, 티아라, f(x), 애프터스쿨... 내 참... 아무리 이쁘고 보고 있으면 좋다지만... 고등학교때 50명 남짓 같은 반 애들 이름 외우는대도 한달이 걸렸는데... 당최 이름을 외울수가 없더군요... -_-;;; 원더걸스야... 회사게시판에도 올라올만큼 유명했으니... 선미, 선예정도는 알고 있었고... 소녀시대 역시 원더걸스와 쌍벽이라 제시카, 티파니, 윤아정도는 알고 있었으니...(예습의 효과? 이래서 예습이 중요한듯...) 열심히 그녀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즐기다 카라의 한승연, 구하라, 박규리정도 알고... 티아라의 지연, 은정... 투애니원의 산다라박... 브아걸의 가인... 애프터스쿨의 가희... 정도... 알게 될 쯔음...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하더군요...

내 나이 또래의 다른 사람들은 경력 쌓느라 정신이 없을텐데... 한가롭게 드라마나 보고... 예쁜 아이들그룹이나 보면서 시간을 보내면... 완전히 사회에서 도태될 것 같은 기분... 안 그래도 180cm이하의 키로 싱글루저... 지방대이므로 더블루저... 잘생기지 않았으므로 트리플루저인데... 이대로 사회의 잉여인간이 될 것 같은 기분... 와... 정말 납량특집이 따로 없더군요... 온 몸이 오싹해진 채로... 취업사이트에서 죽치고 3주정도 보내면서... 알게 된 것이... 참... 우리나라... 회사 많구나였습니다...

처음 직장을 택할때는 전공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4군데만 원서를 써서... 하나는 서류탈락... 하나는 최종면접탈락... 하나는 최종합격... 하나는 면접불참...이었던 터라... 모르고 있었는데... 말이 100대기업이지... 그 안에 계열사들을 일일이 다 세어보면 100대기업에 속하는 회사가 300개는 넘어 보이더군요... 그 많은 회사중에 경력에 맞는 회사를 찾고... 그 안에서 절 원할만한 회사를 찾고... 기업 인재상들을 서칭하고... 인재상에 맞는 자기소개서쓰고...(자기소개서가... 굉장히 난이도가 높더군요... 기본 3일은 걸린듯...) 면접보고... 연봉협상하고... 입사일 받고... 한 뒤... 이젠 여유를 가지고 입사일까지... 과거 회상모드가 되었더랍니다...

그 힘들었던 대학원생활도 버텨냈는데... 왜 회사생활이 힘들었을까... 도대체 왜 힘들었을까... 몇일을 고민하다 보니... 결론이 나오더군요... 상황이 변하니 마음도 변해버려... 적극적으로 사회에 적응하려 하지 않은게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때 썼던 일기들을 쭉 보니...그 시절의 마음을 잘 적어둔 글이 있더군요...

" 어차피 내가 할 일...
도와줄 사람없다...
의지하려 하지마라...
누구도 내 힘듦을 같이 짊어지려 하지 않는다...
내 스스로 불태워 다른사람에게 온기를 제공해 준...
연탄은 가장 멍청하지 않을까...
그리하여 내가 추울땐... 누가 나에게...
안식과 위로를 줄 것인가...
나도 집에 누워 편안한 잠을 자고싶다...
한달에 4번 가까스로 들어가는 집이 아닌...
지금 내 소원은 가즈넉한 토요일 저녁...
즐겁게 술한잔을 하고 얼근히 취해...
내 집으로 가... 편안히 그 일요일 아침까지...
자 보는 것이다... 해가 중천에 떠올라 점심을 알릴때까지..."

이런 기분이 들때까지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살아야 하는건데... 너무 나태했다고 할까요... 회사생활을 하면서 조금씩 게을러져서... 운동시간도 줄어들고... TV같은거나 보고 있고... 어느새 끊었던 게임까지 다시 하고 있던... 힘들짓을 했더군요... 저런데 들어간 시간을 적응에 쏟았다면 과연... 힘들었을까... 한참을 자책하다 보니... 언제나 그랬듯... 자기방어본능이 눈을 뜨면서... "에이... 지나간거 뭐 어쩌겠어... 앞으로 같은 실수 안하면 되지..."라는 대책없는 낙천적 사고가 이성을 지배하면서... 회사일에 집중하게 되더군요... 저는 참... 속편한 사람인가 봅니다... 지난 5개월을 되돌아보니... 떠오르는 말이... "지금의 불행은 언젠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복수다"라고 합니다... 앞으로는 싸가지없이 제게 복수한 시간에게 복수하는 세인트가 되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