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반려동물

실크 오골계 성장이야기 - Prologue

White Saint 2011. 6. 16. 10:11
어렸을 적... 유난히 자연친화적(?)이었던 나는 무언가를 키우는걸 너무나 좋아했었다... 국민학교도 들어가기 전이었던 6살 시절... 마당을 가진 2층에 살면서 부모님을 졸라서 병아리를 샀었고... 병아리를 키우는 데 노하우를 가진 부모님의 덕으로 쉽게 성조까지 키울 수 있었다...

그 시절... 지금까지 기억 나는것은... 닭들이 달걀을 낳기 시작하자... 어머니는 닭이 알을 낳기 시작하면 칼슘이 부족하다는 말씀을 하시며, 닭들이 낳은 달걀을 드시고 그 껍질을 빻아서 다시 닭들에게 먹였었는데... 그게 내가 닭에 대해 가지기 시작한 지식의 시작이었다... 닭들이 초란을 낳고 얼마 뒤 포란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되자... 닭들이 포란을 하기 쉽게 어디서 구하신건지 볏짚을 구해서 포란을 할 수 있게 해주셨었다... 포란 기간동안 닭을 만지면 닭이 힘들어한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착한 어린이(?)였던 나는 닭들을 구경만 하다가... 가만히 앉아서 알만 품는 닭이 지겨워서 다른 걸 하며 놀았다...

얼마 뒤 그 달걀이 병아리가 된다는 걸 보고 놀란 나는 집에 있던 슈퍼표 무정란 달걀을 닭에게 주면서 병아리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가... 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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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한테 혼났다... -_-;;;
한달쯤 지났을까... 병아리들이 맛있어 보였는지... 쥐 한마리가 병아리를 잡아먹겠다고 달려들었고... 어미닭은 병아리를 지키기 위해 쥐와의 사투를 벌이던중, 어미닭이 지르는 소리에 나온 사람들로 인해 쥐는 도망을 가고 병아리는 지켰으나, 쥐한테 물린 어미닭은 옆구리 살이 뜯겨 피를 흘리고 있었다... 닭이 아픈 게 불쌍해 보였던 나는... 닭에게 빨간 약을 발라주었었는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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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하게... 나았다 ;;;
이 일로 인해 나는 쥐를 싫어하기 시작했고... 상처가 아문 닭들은 거제도에 계신 외할머니댁으로 보내졌다... 그 뒤 3년 후...

병아리를 키우던 시절이 생각 나... 학교앞에서 병아리를... 3마리 사왔으나... 1주일도 안되서... 하늘나라로... 다음 해... 다시 한번... 사왔으나... 역시 하늘나라로... 한동안은 병아리를 키울 생각을 하지 않다가... 12살의 봄... 지금의 고향집으로 이사온 뒤... 이번엔 물량공세라는 생각으로... 사온 6마리의 병아리가... 3마리는 성조가 되었다...

내가 키워 본 3번의 기회동안 깨달은 건... 병아리는 추우면 죽는다는 것이었다... 그 뒤 수박, 호박, 상추, 배추를 키우는데 재미를 붙였다가... 식물들은 날 따라다니거나 하지 않아... 재미가 없어진 나는... 다시 한번 병아리를 키우려고 했고... 학교앞에서 4마리를 사다가... 애들이 추울 것 같아... 냄새 난다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안에서... 병아리를 2달간 키워서... 바깥에 내놓았다... 매일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올때마다... 날 반겨주던 병아리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학교를 마치면 항상 병아리들을 들여다 보는데... 병아리들이 없는 것이었다... 마당에 풀어서... 모레 목욕시키는 것도 아니고... 육추기를 자세히 들여다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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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가 물어 간듯... 약간의 핏자국과... 병아리부리만... 하나가 덩그러니 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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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의 충격으로... 난 무언가를 키우는 걸 포기한 것 같다... 물론... 쥐 끈끈이를 사서 쥐를 잡은 뒤... 불에 태워 죽이는... 화형으로 병아리들의 복수는 실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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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20여년 뒤... 시간은 모든 상처를 치유해준다고 했던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자 어린시절의 트라우마가 기억속에서 거의 다 사라졌고... 난 다시... 키울만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사슴벌레... 강아지... 고양이... 햄스터... 오렌지클라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실크오골계...

사진출처 : 네이버 까페 <병아리,닭,메추리,오리 잘키우는법>



전부 성장하고 나면... 하얀털을 가진... 다른 닭에 비해서 작은 크기의... 실크오골계를 보자마자... 난 이것들이야!!! 라는 생각을 했고... 실크오골계를 분양하는 네이버까페에... 분양 신청을 했다...

사진출처 : 네이버 까페 <병아리,닭,메추리,오리 잘키우는법>



이 귀여운 것들을... 이번주말... 6월 19일에 5마리를 입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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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맞이하는 반려동물... 벌써부터 이것들이... 퇴근하면 반겨주고... 날 졸졸 따라다닐 생각에 설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