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일본 홋카이도(자전거)

홋카이도 여행 이야기 13 - 파노라마로드의 명물들

White Saint 2009. 8. 28. 11:32
자전거가... 이상하게... 무겁다... 아침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펑크난 게 아닐까 하지만... 멀쩡하다... 출발한지 10분도 안되서... 다시 앉아서 쉰다... 하늘이 청명하게 맑지않고... 구름이 잔뜩 껴있다... 담배를 한대 물고... 아까 펜션 주인아저씨가 주신 지도를 펼친다...

흠... Short Route와 Long Route가 있다... 긴걸로 갈까... 짧은걸로 갈까... 하다가 그냥 가보고 결정하기로 한다... 힘들면 짧은거... 안힘들면 긴거... 인생 뭐 그런거 아니겠어...??? 비에이역에서 출발하는 만큼... 제일 가까운 신에이노오카부터 가기로 한다...

하아... 근데 시작부터 오르막길이네 ``;;; 아놔... 뭐... 시작을 오르막길로 하면 마지막은 내리막길이겠지... 라고... 생각이 안들고...
힘들다...
아침먹은거 다 어디로 갔지... ;;;
천천히 올라가는데... 길이 정비가 잘 되어 있다... 자전거 타기 좋게...
아기자기한 일본의 집과 나무... 저런 집에서 살면 어떤 기분이 들까...




시원하게 열려 있는 들판과... 자동차는 한대도 지나가지 않는 도로를 샤방샤방하게 가다가 보니... 뒤에서 관광버스 2대가 온다... 날 스쳐지나가더니 저기~ 앞에서 선다... 아... 신에이노오카 벌써 다 왔네... 그다지 멀지 않은 것 같다... 자전거를 아무데나 세워두고... 주변을 둘러 보기 시작한다...




흠... 짚으로 이상하게 생긴 인형을 만들어 놓고...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저기 뒤에 들판도 뭔가 있는 건가 보다... 사람들이 뒤에 배경을 두고... 사진을 찍는 걸 보니...




지푸라기 인형이 하나 더 있다... 흠... 이걸 귀엽다고 해야 하나???

사실... 뼈속까지 공대생에... 회사까지 중공업이라 미적감각이라고는 안드로메다와 지구까지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나로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디 영화나 드라마에서라도 나온 것 같다... 라고 생각하고... 뒤에 있는 자판기에 가서 캔커피 하나를 뽑고... 사람구경을 한다...




홋카이도 사람들은 어떻게 생겼나... 뭐... 별로 우리나라 사람들이랑 틀려 보이진 않는다...
...
..
.
!!!
눈치도 빠르긴...
음... 지금 생각하는게 아마 맞을거다... -_-;;;
여자구경 했다... 뭐 싱글이 구경 좀 했다고... 죄 짓는건 아니잖아??? 이 바닥이 원래 이런거 아냐!!!

흠... 볼건 대충 다 본 것 같다...
다음 목적지인 크리스마스트리나무로 가기로 출발한다... 조금 달리니 갈림길이 나오고 왼쪽으로 가니...
와...
드뎌 내리막길이다... 으흐흐...
한참을 신나게 내려오다가 갈림길이 보이는데... 어라... 뭔가 이상하다... 지도를 다시 펼치니...
...
..
.
길 잘못왔다... ㅠㅠ
아까 오른쪽으로 갔어야 하는데... ㅠㅠ
신나게 내리막길 내려왔는데... 다시 올라가야 한다... ㅠㅠ
아... 오늘 왜 이러지... 날씨도 영 엉망이고... 뭐... 그건 선크림도 안가지고 와서 안 발랐는데... 안 타고 좋긴한데... 비오면... 케엑... -_-;;; 내려올때 짧았는데... 올라갈땐 무지하게 길고 힘들다... 헉헉 한참을 돌아가니... 드디어... 기대 했던 크리스마스트리나무가 보인다...
...
..
.




하아... 그냥 나무 한그루가 덩그라니... 있네...
이건 뭐... -_-;;;
겨울에 한참 눈덮혀 있을때 연인이랑 올만한 곳이네...
그것도 자전거가 아니라... 차타고...
나같은 자전거여행자가... 여름에 혼자... 그것도 옆구리에 싱글신까지 데리고... 올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쨋든... 나무 한그루 있는 거 보고... 먼 미래 언젠가... 나도 커플이 되어 이 곳을 올 수 있겠지??? 라는 희망 섞인 생각을 하자... 좌싱글신이 슬며시 쪼갠다...
아오... 저걸 확...(-_-;;;)
어라...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이런...
근처에 비 피할곳이라고는 한군데도 없다... 재빨리 다음 관광지로 출발한다... 빗방울이 조금씩 세지긴 하는데... 아직은 몸에서 나는 열로 말릴만한 수준이다... 비바우시(美馬牛)역이 보인다... 예쁜말과 소의 역이네... 거참... 네이밍센스 하고는... 근처에 말과 소는 커녕 개한마리도 안보이는구만... 소학교도 하나가 보인다... 거참 학교를 이런데다가 지어놓으면... 애들 통학은 어떻게 하는거지??? 라는 생각을 하는데... 비가 갑자기 미친듯이 퍼붓기 시작한다...

으악~~~
비 피할곳!! 비 피할곳!!!
저기 앞에 뭔가가 보인다...
미친듯한 페달질로 가보니...
다행히 다음 목적지였던 시키사이노오카다... 자전거는 눕혀놓고... 비 피할 곳으로 들어간다... 다행히 시간이 짧아 많이 젖진 않았다... 거 참... 비 오라지게도 내린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아까봤던 지푸라기인형과 라벤더들이 널려있다...



파노라마로드라고 코스를 하나로 묶어놓은 이유가 지푸라기 인형 있는곳을 모아뒀기 때문인 것 같다... 안에서는 농산물직매소라고 적힌 간판이 있고, 이것저것 판다... 홋카이도에서는 꼭 옥수수를 먹어봐야 한다고 해서... 먹어볼까 하다가... 나중에 먹기로 한다... 이따가 밥도 먹어야 하는데...



비가 그쳐야 갈텐데... 비가 그칠 생각을 안한다... 흡연장소로 가서 담배를 한대 무니... 일본인 아저씨가... 내가 입은 져지를 보고... 말을 건다... 흠... 알겠지만... 난 일본어 하나도 모른다... 멀뚱멀뚱히 쳐다보다가... 일본인 아닌데요... 라고 말하자... 아저씨가 "아~"하는 표정으로 그냥 가신다... 한시간쯤 노닥거렸을까? 비가 슬슬 그쳐 간다...

아까 고민하던 Long Route와 Short Route중에... 비에이역으로 가다가 만날곳만 가기로 한다... 철학의 나무가 빠지긴 하는데... 아까 크리스마스트리나무를 보고 절망한 나는... 나무 한그루를 위해 그 먼거리를 돌아가고 싶진 않다... 타쿠신칸으로 향한다...

흠...
조금씩 내리는 비를 몸에서 나는 열로 말리며 가다보니... 금방 도착한다... 지도를 보니 시키사이노오카에서 2.6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뭔가 전시해 놓은 곳이란 느낌이 든다... 별로 들어가보고 싶지 않다... 오늘은 일정도 빡빡한데... 고개를 돌리니...



시키사이노교류관(이건 영어로 안 써져 있어서 교류관을 뭐라고 읽어야 하는 지 모르겠다... ㅋㅋㅋ)이 보인다... 흠... 따닥이다... 한곳에서 2개 보는건... ㅋㅋㅋ 지도에 나온 안내에는 비에이의 농산물과 특산품을 파는 곳이라고 되어 있다... 당연히 패스...다... 여행 초반인데... 짐 늘어나면 대책 없다... 나름 파노라마로드에서 볼만한 곳은 다 봤다고... 생각하고... 점심 먹을 겸... 비에이 역으로 향하는데... 길 중간에 놓인 라벤더 밭과 예쁜 집이 보인다...




나중에 나이들면... 여수공항이나 울산공항등... 공항이 가까운 도시에서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