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일본 홋카이도(자전거)

홋카이도 여행 이야기 14 - 비에이의 끔찍한 점보라멘

White Saint 2009. 8. 29. 16:43
비에이역에 가까워지다 보니... 이상한게 보인다... 각 집마다 "년도"로 추정되는 숫자가 보이는 것이다... 집 지붕 가까이 숫자를 적어놨는데... 잘 안보인다... 날씨도 흐려서 비올것 같아 불안한데... 급해지는 마음을 누르고 일단은... 가까이 가서 숫자를 확인해 본다...




흠... 희한하네???




저기도 있네???




집을 지은 날짜인가???




다 있네???




뭐... 집을 지은 날짜겠지... 뭐...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고... 이제 슬슬 배가 고파지니까... 비에이역으로 간다...




비에이역에 가니 뭔가 하는 것 같다... 나름 거리 축제인가??? 길거리에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리 저리 돌아다닌다...




말로만 듣던 숟가락(?)으로 물고기 퍼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오...
재밌겠다... 라고 생각하지만...




애들만 있다... 흠... 나도 해보고 싶었는데... 이 나이에 이런 복장으로 물고기 퍼고 있으면 욕하려나??? 하긴 잡아서 얻는다해도... 어디 들고 다닐순 없으니... 잠시 구경만 한다...




비오는 비에이의 거리를 보다가... 비가 슬슬 그치길래... 밥 먹을 곳을 찾아보는데... 안보인다... -_-;;;
비에이역 바로 앞의 중화요리집이 보이지만... 일본까지와서 그런게 먹고 싶진 않다... 그냥... 어제처럼... 패치워크노미치로 가는 길에 있는... 음식점을 가기로 하고... 달리기 시작한다... 한참을 가도... 음식점이 안보인다... 갑자기 아사히가와까지 굶고 달려야 하나... 하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아...
저기 앞에... 편의점이다...
오호!!!
편의점 옆에 아이스크림가게와 라멘집이 있다... 바깥을 보아하니... 깔끔한 것이... 들어가도 될 것 같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들어가서 앉는다... 메뉴판을 보니... 여러가지 라멘이 있다... 뭘 먹을까 고민을 하다... 오른쪽 위에... 새우가 들어간 라멘이 있다... 해물라멘이겠지? 그나마 한국인의 입맛에 맞을 것 같다... 주문을 하며 아저씨의 말로 들어 볼때는 "점보라멘"이라 부른다...




가게를 둘러보다...
어랏~!!!
한!!!국!!!어!!!다...!!!




홋카이도"대륙"이라고 적혀 있다...
대륙... 대륙...
여기가 대륙이면... 파리도 새다...라고 생각하는데... 파리 한마리가 옆으로 지나간다 -_-;;; 조금 밑에 "여기는 커다란 꿈이 어울리는 곳이다"라고 적혀 있다... 오... 멋진말을 적어놨는걸~ 포스터를 보다 보니... 기다리던 "점보라멘" 나온다... 한참 배가 고팠던 나는... 얼른 라멘을 저은뒤... 한입 입안에 넣는다...
오오...
이, 이 맛은!!!
진정...
...
..
.
웨에에에엑!!!
...
..
.
크흐... ㅠㅠ
오...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ㅠㅠ
굳이...
이 기분을 말하자면...
면은 폐 타이어를 물에 100일간 불려둔 뒤 먹다남은 삼계탕에 3분간 집어 넣은것 같은 맛이 나고...(3분 라멘이냐!!!) 왠지 느껴지는 흉흉한... 기분은... 전역한날 잠자리에서 입대하는 꿈을 꾼 느낌...??? 내일 제대하는 병장이... 혹한기 훈련가서... 군장도는 모습이... 나와 오버랩 되는 느낌...???
면을 입안에 넣자마자 소금의 짠 맛이 사르르 혀 끝에서 목 넘어까지 적셔들어가며 온 몸을 전율에 떨게 하며...  살짝 밀어냈던 새우와 전복이 둥둥 떠 있는 모습이 익사한 시체의 퉁퉁 분 모습을 연상시켜 공포감을 준다...
이놈의 조개를 먹어보려 했더니... 그래도 관절부분이라 케토톱을 붙였는지... 떨어지지도 않는다... 역시 관절엔 케토톱이다... 이런 끔!!!찍!!!한!!! 것을 얘네들은 먹고 사나 보다...

하아...
진짜...
나 휴가뒤에 한국가면... 마음에 안드는 놈들한테... 여기 맛집이라고... 안가보면 후회할 거라고... 추천해야 겠다... 먹다가... 요단강 건널뻔했으나... 비싸니까... 먹다보니... 어느새 면은 다 먹었다... 역시 나의 위장은 강철위장... 이다... 내 위장에게 경의를 표한다... 전복을 씹어보려 했으나... 입안에 넣자마자 느껴지는 그로테스크한 맛에... 뱉었다... 국물을 마시고 싶었으나...
도...
저...
히...
넘어가질 않는다... 해물라면이... 정말 말 그대로 짠맛이 가득한... 바닷물에 면을 넣은 바닷물라면이다... 국물 대신 물로 입가심을 하고... 그래도 면은 다 먹었다는 위안을 한다...




하아... 옆에 아이스크림가게에 있던 알바생이... 라멘집에서도 서빙을 하길래... 맛있는 집인 줄 알고... 들어갔던 곳이... 내게 이런 공포감을 줄줄이야... 여긴... 내 주변의 마음에 안드는 사람에게... 꼭!!! 추천해줘야 할!!! 비에이 최고의 맛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