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일본 홋카이도(자전거)

홋카이도 여행 이야기 15 - 구름 낀 패치워크노미치

White Saint 2009. 8. 31. 00:34
패치워크노미치의 시작은 오르막길이다... ;;; 시작하는 부분부터... 오르막길... 방금 라멘을 먹긴 했으나... 맛이 맛이었던지라... 속이 울렁거린다... 은근히 가파른 언덕 길을 올라가는데... 이번 여행의 주적... 옆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싱글신과 시트콤신만큼... 싫은 녀석...

비가 온다... -_-;;;
요 몇일 언제나 그랬듯이... 시작은 미약하다... 날 방심시키려는 의도일까...??? 오전에 내린 비로... 도로 구석구석... 물이 차있다... 조심해서 달리다 보니... 각 나무들끼리의 거리가 멀지 않은만큼... 짧은 시간에 도착한다...

패치워크노미치의 입구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한 켄과 메리의 나무... 켄과 메리의 나무면... 커플나무일텐데... 메리는 어디로 간겨... -_-;;; 설마 일심동체... -_-??? 미안... 내 수준이 원래 이래 ;;; 입구인만큼 차량도 많고... 사람도 많다... 혼자 조르륵 맨앞에 용감하게 서서... 사진을 찍는다...




뒤통수가 따끔따끔... 뒤로 돌아 주변사람들이 들릴락말락... 하는 크기로... "스미마센"하고 고개를 숙인 뒤 뒤로 나왔다... 일본인인척... 흠... 내 연기력이 먹힐라나...???

다음 목적지는... 세븐스타 나무... 가다가 만나지는... 소학교... 얘네들은 관광지근처에다가 소학교 하나씩 만들어 두는 취미(?)를 가진 것 같다... 오전에 들렀던 파노라마로드에서도... 소학교가 보이고... 조금 더 가니... 시키사이노오카가 나왔었는데... 애들은 어떻게 통학하는지 모르겠다... 소학교에서 좌회전을 해서 조금 더 가니...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있다... 벌써 세븐스타나무인가??? 하고 보니... 오야코노키... 일명... 부모와 자식 나무다...
얼레...
...
..
.
길 잘못 들었다...
세븐스타 나무가 나오고... 그 다음이... 오야코노키인데... 온 길을 되돌아 간다... 소학교까지 되돌아와... 직진을 한다... 한 5분이나 갔을까...
아놔...
...
..
.
!!!
아까 그 길이 맞다 -_-;;;
지도상에서는 오야코노키가 다음코스지만... 패치워크노미치가 워낙 낮은 구릉지대라... 세븐스타나무를 보러 가는 길에서도 오야코노키가 보인 것이다... 이 나무들... 정말 사람 속 썪인다... 다시 아까 그길로 간다...
하아...
그런데... 정말...
...
..
.
자전거 타다가 비 맞는 얘기는 참 많이 들었다...
자전거 타다가 길 잘못들어 헤멘 얘기는 더 많이 들었다...
그런데... 왜 나는 자전거 타다가... 비 맞으며 길 잘못드는 게 퓨전이 될까... ㅠㅠ

비라는 녀석이 나의 여행을 인질로 잡고... 길 잘못 들때를 기다려 내리는 것 같다... 조금전 제대로 된 길을 갈때까지만 해도 나의 방심을 유도하려는 듯... 조금씩 내리던 비가... 국지성 호우라도 오는건지... 여기가 정말 비가 적게 오기로 유명한 홋카이도가 맞는건지... 정체성을 의심해야 할 정도로... 미친듯이 쏟아진다...

가방 옆구리에 넣어둔 디카를 꺼내 재빨리 가방 깊숙한 곳으로 집어넣고 일본와서 아직 한번도 듣지 않은 MP3와 핸드폰, 핸드폰 충전기들도 깊숙한 곳에 넣은뒤... 길을 잘못들어 되돌아 온길을 비 피할 곳을 찾아가며... 열심히 달린다...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길이라... 어제처럼 조심해서 달리는 것이 아니라... 미친듯이 밟는다... 빗물이 헬멧을 타고... 눈으로 내려와 시야를 가리고... 말라있던 속옷들이... 촉촉히(?) 젖어들어 간다... 간신히 반정도... 말라있던 신발마저... 다시 빗물과 조우할 무렵... 세븐스타 나무에 도착했다...

조그만 가게 뒤에... 재래식 화장실... 몸 피할곳이 그곳밖에 없어... 그 곳으로 들어갔다... 하아... 헬멧을 벗고... 어제 산수건으로 머리를 닦고 담배를 한대 문다...
아놔... 비 싫어...
한대피고 나니 비 때문에 열받아 또 한대가 땡긴다...
한대 더 문다...
쓰읍... 후우...
아... 내가 정말... 여기서 뭐하는건지... 이틀 연속으로 속옷까지 다 젖어가며... 볼만한 건 아닌데... 하아... 빌어먹을 비... "그래, 네가 어디까지 방해하나 보자... 예정에 없던 곳까지 돌아다니며 다봐주마!!!" 담배 2가치를 피우는 사이... 아... 진짜... 날씨가... 미쳤나...
...
..
.
비가 그친다 -_-;;;
올려면 미친듯이 계속 와서 날 여기 고립시켜서... 일본 구조대한테 구조한번 받아보게 하든가... 이게 뭐야 도대체!!! 비와서 피하면 그치고... 그쳐서 달리면 비오고... 내 팔자가 이런거지 뭐... -_-;;;
에혀...
그래도 기회는 줄때... 잡는거다... 이러고 나와서... 세븐스타 나무를 본다... 근데... 진짜 나무 한그루다... 아... 이것도 연인용 나무지... 관광지냐!!! 하는데... 일본식 봉고 차량 2대에서... 일본 여고생으로 보이는 여학생들이 내린다...
으응...??? +_+
흐음...
여학생들이 관광지 온 기념인지 사진을 찍는다...




세븐스타나무 뒤쪽으로 몇그루의 나무들이 이쁘장하게 줄을 서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몇그루일까... 하나, 둘, 셋, 넷, 다섯... 귀찮다... ;;; 뭐 여러그루겠지...




뒤쪽으로 까만구름과 흰구름이 어디론지 급히 흘러가고 있고... 사이로 정말... 반가운 파란 하늘이 보인다... 제발 이제... 비야... 오지마라...




뒤로 보이는 길을 따라... 이젠 진짜 부모와자식나무를 보러갔다...
내리막길... 잇힝~! @.@
근데... 길이 중간중간 함몰되어 있어서... 속도내다간... 길바닥과 스킨쉽하겠다...
아...
이런 길에서도 속도를 내보지 못하는군화 ㅠㅠ
...
..
.
그다지 속도를 내보지도 못했는데... 어느새 오르막길이다...
아놔 젠장...
힘들다... 비 맞고... 신발도 통째로 젖었고... 내려서 끌고 올라간다... 차한대가 오길래 옆에 보이는 집쪽으로 자전거를 끌고 피했더니... 집으로 들어온다 -_-;;; 옆으로 살짝 비켜주니... 왜 비켜주지 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살짝 고개를 숙이고... 들어간다...

언덕을 조금 더 올라가니 비에이의 나무시리즈중 마지막... 오야코노키가 모습을 드러낸다...




가까이 가는 길은 들어가지 말라는 표지판이 서 있다... 멀리서 나무를 감상해주고... 주변에 차를 끌고 온 관광객들도 봐준다... 자전거 타고 온 사람은 나 뿐이군 -_-;;; 오기전 한국에서 본 여행블로그에서 자전거 여행자와 만났다는 사람들 글은 다 거짓말같다 -_-;;;

구라쟁이들... -_-;;; 즐... -_-ㅗ

사실... 비에이는 원래 목적했던 관광지가 아니었다... 어제 후라노에서의 라벤더는 꼭 보고 싶었던 것이고... 오늘 본 파노라마로드와 패치워크노미치는... 내일 있을 아사히가와에서 삿포로까지의 140km 라이딩을 위해 일정을 맞춘 것이니 만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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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남자 자전거여행자 혼자... 이 나무들을 보면... 왠지 쓸쓸해진다... 비에이의 관광지는 사치코와 야마시타 커플처럼 연인이나 친구와 와야 하는 곳이니까... 오야코노키를 보며 담배 한대를 피운 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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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가와로 가기 위해 237번 국도를 찾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