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일본 홋카이도(자전거)

홋카이도 여행 이야기 16 - 지긋지긋한 비와 함께한 시간

White Saint 2009. 9. 1. 21:32
정상적인 길을 따라 가려다... 지름길로 가려는 본능(?)에 이끌려... 소학교의 갈림길에서 국도방향으로 가는 길로 접어든다... 정상적으로 국도까지 가려니... 너무 귀찮다... 날파리들이 엄청 날아든다... 귀찮다... 그런데 쫓을 방법은 없다 ;;; 가다가 보니... NTT 탑이 보인다... 지도상의 237호 국도와 이 길은 같은 방향이라...




그냥 잘 달리고 있다... 조금을 더 달리다 보니 의심스러운(이 길이 아닌가벼???) 길이 나온다... 방향이 같으므로... 그냥 간다... 뭐 모든길은 통한다??? 그렇겠지... 고향의 향기(?)가 난다... 숨쉬기가 싫다... 그렇다고 뭐 죽고 싶다는건 아니고...

오호~ 멋진 내리막길이다~
속도계가 사라져서 어느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차들이 안다니는 도로라... 신나게 달린다... 귓가에 느껴지는 바람의 정도로 볼때는... 시속 40km를 넘어서는 느낌이다... 가다가보니...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비가 조금씩 내린다... 여기서 아사히가와는 그다지 먼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다... 삼거리의 갈림길에서 표지판이 보이길래... 보려고 했더니... 속도가 빨라 지나치려한다... 아쉽지만... 브레이크를 잡고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니... 화살표 방향이 "←"로 되어 있다... 맞는 길인가 보다...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가다가 보니... 뭔가 이상하다... 지도상으로 북쪽인데... 내가 가는 방향으로 해가 지고 있다...
...
..
.
!!!
아악... 표지판을 뒤돌아서 보는 바람에 방향을 뒤집어서 생각했다... 정상대로라면 "↑"과 "→"이 있어야 하는데... "←"과 "→"이 있는 바람에 헷갈렸다... 저기... 그런눈으로 보지 말아줄래 -_-??? 나도 지도 볼 줄 알거든 -_-???

숨도 고를 겸 담배 한대를 물고... 구름 낀 저녁 노을을 바라보다... 후미등이 없어져서... 사실상... 야간 라이딩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아... 살아서 돌아가려면 해지기전에 달려야 하는구나... 다시 열심히 달리기 시작한다... 옆으로 지나가는 자동차들에게 시선도 한번씩 주고... 도로 옆의 들판과 집들도 한번씩 봐가면서...




한참을 달리다 보니... 이제 아사히가와가 가시권에 들어온다... 구름이 하늘을 꽉 채워버린... 불안한 모습...




조금만 더 가면 아사히가와 시내에 진입한다는 생각에... 바쁜 페달질을 한다... 비가 점점 거세진다... 분명히 오늘 아침에 봤던... 일본신문의 일기예보에서는 3시까지만 비오고 그 뒤부터는 그냥 흐림이었는데... -_-;;; 일본의 일기예보도 믿을 게 아니구나... 일본 기상청애들도 야유회가는 날 비오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ㅋㅋㅋ

지금 웃을때가 아닌데... 비 피할곳을 찾아가다보니... 나름 깔끔해 보이는 버스정류소 같은 곳이 있다... 비가 좀 잦아들기를 기다리며... 앉아 있는데... 악재는 같이 다닌다고... 화장실 가고 싶다... ;;; 여기서 실례(?)를 할까 했는데... 3면이 유리다...
이건 뭐...
여기서 실례하다가 걸리면 내일 일본 신문에 나올 것 같다... "한국인 자전거 여행자 노상방뇨하다"라고... -_-;;; 어차피 젖은 몸... 그냥 비 맞고 달리기로 한다... 어제도 맞으면서 달렸는데 뭐... 여기는 도로상태도 어제보다는 좋네... 이러면서... 날씨가 맑았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은 나무길을 지나자... 드디어 아사히가와 시내인지... 지하철역이 보인다... 지하철역에는 화장실이 있겠지??? 하는 생각에 도로를 건너려고 하는데... 신호등이 안 바뀐다... -_-;;;
5분...
10분...
15분... -_-;;;
지하철역에서 사람이 두어명 내리더니 신호등아래에 있는 무언가를 누르니... 신호가 바뀐다...
-_-???
여긴 워낙 유동인구가 적은 곳이라 사람이 건너려면 벨(?)을 눌러야 하는 것 같다... 쪼르륵 역 안으로 들어갔는데... 지하철역에 화장실이 없다... -_-;;; 하아.. 뭐 되는 일이 없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젖어버렸어...
화장실도 가고 싶어...
총체적 난관이다...
다음 지하철역을 만날때까지 빨리 가기로 하고... 다시 달린다...

비와 함께 얼마나 달렸을까... 아사히가와역 표지판이 보인다!!! 아... 드뎌... 비도 피하고... 생리현상(?)도 해결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페달질이 빨라진다... 이상한 대학(?)을 지나서 역이 보인다... +_+ 와... 얼른 가서... 자전거를 파킹하고... 화장실로 간다... 하아... 이제... 숙소만 찾으면 되는구나...
역 앞에서 담배 한대를 물고... 뽑아온 숙소 지도를 본다... 지도가 뭔가 이상하다... 주변의 건물과 맞는 것이 하나도 없다... 한참을 쳐다 보다... 여기가 아사히가와역이 맞지? 하면서 건물을 보니... "旭川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