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일본 오사카-도쿄(자전거)

일본 여행중 "곰 조심" 표지판에 소스라치다.

White Saint 2009. 12. 15. 07:22
히코네성과 비와코호수를 보고 난 뒤... 이제 나고야를 향해 달리기...
시작...
시작...
시작하자마자... 덥다... 아... 뭐가 이리 더워... 하면서 슬금 슬금 달리는데... 헐... 오전 11시도 안 지났는데... 33도다... 일본날씨야... 날 구워드세요... ;;;




조금 더 가면... 이제 좀 시원 한 곳이 있겠지...
...
..
.
나만의 착각이다... 그늘은 커녕... 바람도 안분다... 산 구석진 곳으로 계속 달리는데... 뭔가 신기한 표지판이 보인다... 꼬마애 뒤에 까만 유령은 뭐냐... 한자로 미루어 볼 때는... 애가 뛰어나오니 차더러 조심하라는 것 같은데...




하아... 조그만 산간 마을을 지나고 나니... 이제 무작정 길이다... 아... 안그래도 더운데... 하아... 덥다...




한참을 헉헉 거리며... 가는데... 언제쯤 끝나려나... 하고 보니... 반대편...
...
..
.
-_-;;;
아... 여긴 뭐... 미시령보다 더하네...



가다가 보니... 얼레... 내리막길이다... 아... 아까 봤던 쪽은... 내가 가는 길이랑 만나는 곳이겠거니... 하며 내리막길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인데... 막다른 길이다... 이런... 젠장... -_-;;; 아까 보이던 곳으로 올라가야 하는구나... 잠깐의 내리막길을 즐긴 후 올라가려는데... 빨간 표지판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熊 出現 注意"
...
..
.
고... 고... 곰 나오는거야??? (여기까지 0.02초)
온 몸이 오싹해지며... 식은 땀이 흐른다... (여기까지 0.03초)
여기까지 오면서 차 두대 지나갔는데... 지금 곰이 나오면... 난 그냥 죽는거네? (여기까지 0.5초)
오던 길로 되돌아 가는게 나을까? 아니면 앞으로 가야 하나? 어차피 양쪽 다 오르막길이니 똑같아 (여기까지 0.8초)
같은 값이면 전진이다. (여기까지 1.0초)
페달에 다리를 올리고... 미친듯이 밟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2.0초)
고요한 산 속에 갑자기 큰 페달 소리가 울려 퍼진다... 내가 오르막길을 이런 속도로 올라 갈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데... 뒤에서 따라오는... "우우웅~"하는 소리...
헉!!!
아아아아아악~~~ 밟아~~~
정신없이 밟는 사이... 어느새 소리가 가까워지는데... 뭔가 소리가 이상하다...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내 옆으로 트럭 한 대가 지나간다... 아... 젠장... 속았다... 이 산길로 들어온지 2시간만에 세번째 만나는 차량이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 내가 올려보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 보인다...




아마... 내가 곰 때문에... 시트콤을 한편 찍은 이 곳은 아래에 보이는 곳 쯤인 것 같다...




아래를 바라보며... 그 짧은 순간에 이렇게 많이 올라올수도 있구나... 하며... 나의 허벅지 근육에 경탄을 표하는데... 뒤에서 돌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헉...
놀래서 염통이 쫄깃해졌어... 힝... -_-;;;
온 몸에 소름이 다시 돋으며... 난 열심히 올라가기 시작한다... 최소한 내리막길을 확보해야... 곰한테서 피해서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열심히 올라가다... 이쯤에면 곰과의 안전거리를 확보했겠지... 하며... 아래를 내려가 보니... 올라오던 길이 저~ 멀리 보인다...




아직도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이제는 지쳐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데... 저 위에서... 부우웅~ 끼이익~ 부우웅~ 끼이익~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리 이 오르막길이... 이니셜 D의 이로하자카 코스를 닮긴 했지만... 설마 여기서... 이니셜 D 찍는 사람이 있으려구... ``;;; 하는데... 진짜 여기서 이니셜 D를 찍고 있는 아저... 아저... 아줌마다...

게다가 옆에는 애를 태우고... -_-;;; 열심히 에니메이션을 찍으며 내려 오던 아주머니... 날 보더니... 살금살금 내 옆을 지나가신다... 그리고 다시 들리는 소리...
부우웅~ 끼이익~
부우웅~ 끼이익~
헐... -_-;;;
에니메이션이 일본 아주머니들 다 버려놨네...
물은 이미 다 마신지... 오래... 목이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산 중턱이라... 자판기 천국 일본에도... 자판기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는다... 헉헉 거리며 올라가는데... 나무 가지치기를 하는 인부 아저씨들이 보인다... "님들하... 불쌍한 중생에게... 물 한 방울만 나눠주삼..."이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말을 할 줄 몰라(엉엉 ㅠㅠ) 그냥 지나간다... 한 3시간이나 더 올라갔을까... 얼마 가지도 못한 것 같은데... 벌써 시간은 3시를 넘어간다... 하아... 이렇게 올라가기만 하다가... 조난 당하는 건 아닐까... 만약 여기서 해가 저버리면 어떻게 하지... 덮고 잘것도 없는데... 아니야... 곰 나온다고 했으니까... 나 자는데 여우라도 나올지 몰라... 그럼 나... 밤새 달려야 하나...??? 아... 호텔 예약한 건 어쩌지... 말이 안통해서 여관도 못 들어가는데... 하며...
고민을 하다 보니...
...
..
.
아!!!
드디어 정상이다!!!
5시간이 넘게 올라오던... 오르막길이 끝나고... 드디어 이제 내리막길이다~~~
만세~~~
젖과 꿀과 낭만이 흐르는 내리막길~~~
내리막길을 내려가기 전에... 담배 한대의 여유를 가지고... 내리막길을 내려 가기 시작한다... 점차 붙기 시작한 자전거의 속도...
시속 30km...
시속 40km...
시속 50km...
자전거가 덜컹거리기 시작한다...
조그만 돌맹이 하나에도 핸들이 돌아가려 한다...
시속 60km...
핸들을 잡고 있는데 정신이 없다... 내리막길 달리다... 여기서 세상이여 안녕을 외칠 순 없지... 아쉽지만... 브레이크를 살짝 살짝 잡아주며... 40km정도를 유지하며... 내려오다 보니... 얼레... -_-;;; 5시간넘게 걸려 올라간 산을 한시간만에 내려와 버렸다... ``;;;
아... 젠장... 억울해... 내 4시간... ㅠㅠ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산을 벗어나니... 자판기가 있다... 얼릉 자판기로 가... 물 하나를 뽑아 마시고... 다른 음료수도 하나 뽑아 마시고... 다시 물 하나를 더 뽑아서 자전거 물 받침대에 놓고... 물이 있으니... 든든한 마음으로... 오늘의 목적지 나고야를 향해서 힘찬 페달질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