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일본 홋카이도(자전거)

홋카이도 여행 이야기 9 - Alp Lodge에서의 저녁

White Saint 2009. 8. 19. 21:37
이젠 Alp Lodge로 가서 저녁을 먹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펜션에 묵고 있을 외국인 친구들과 노닥거리는 일만 남았다... 라고 생각했다... 지도를 펼치니...(A4에 프린트해서 간 종이다... 작다...) 대략적인 위치를 보여준다... 비에이역은 동쪽으로 출구가 나 있는데...
서쪽이다...
자전거를 비에이역에서 나오면 바로 왼쪽에 있는 자전거 주차장에 두고... 아까왔던 곳을 통해서 반대편으로 건너간다... 하아... 비가 미친듯이 내리고... 있다... 다른 옷들은 갈아입었지만... 신발은 젖은채여서 그런지... 갈아신은 양말까지... 축축하다... 그렇다고 이 비를 뚫고 자전거를 탈 수 도 없어... 걸어서 앞 쪽 도로까지 나가보지만... 펜션으로 가는 길은... 가로등하나 없이 어둡다... 귀신 나올것 같다... 진짜 무서워서 못가겠다... 흑...

다시... 비에이역 앞으로 와서 고민 한다... 이 비에... 자전거를 타고 남은 옷마저 다 젖어 버리면... 대책이 없다... 비 속을 걸어가기엔... 도로 곳곳에 물이 넘쳐서... 힘들다...(무서운 것만은 아니다... 진짜루...) 펜션 주인 아저씨께 Pick Up해 달라고 전화하고 싶지만... 전화번호를 모른다...
다시 만나는 총체적 난관이다... 아... 내 펜션... 이번 일본 홋카이도 여행에서 잡은 일정중... 일본인과 대화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건 어제와 오늘의 펜션 일정뿐이다... 한참을 역 앞을 서성이다... 차선책으로... 근처에 싼 호텔이 있는지 찾아본다... 약간 돌아다녀봤으나 왼쪽으로 5분여 걸어가면 있는 비싸 보이는 호텔을 제외하고... 보이는 것이 없다...
비에이에 도착한 것이 6시쯤이었는데... 어느새 시간이 7시를 넘었다... 이대로 비 속에서 우두커니 서 있을 수 없어... 그 호텔로 갔다... 다시 호텔앞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 어제처럼 적으려고 하는데...
...
..
.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자 정보 제한"... 어제도 한 번 왔었는데... 혹시나... 하고 전화를 받아 보는데...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Alp Lodge 주인 아저씨다!!!
오...!!! 환웅이시여... 저를 버리시진 않으시는군요... ^^ 왜 전화를 안받느냐부터... 어디냐... 왜 안오냐... 라고 물으신다... "비에이역인데요... 도저히 거기까지 갈수가 없어요... ㅠㅠ"라고 하니 Pick Up하러 나오신단다... 잇힝~ 비에이역앞에서 기다리겠다고 하니 10분이면 갈테니 기다리라고 하신다...
역앞에서 이 기쁨을 내 친구 담배와 나누고 나니... 다마스같이 생긴 봉고차 한대가 온다... 주인 아저씨로 추정되는 분이 나오시더니 "박상"이라고 부른다... ㅎㅎ
"네~"하고 차를 탔다...
아저씨 : 왜 전화를 안받았어요? 어제도 전화했는데...
나 : 아... 발신자 정보 제한이라고 떠서요...
아저씨 : 전화도 안하고...
나 : 전화번호를 한국에 놓고 안가지고 왔네요 ``;;;
아저씨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참을 웃으신다... 민망하게 시리...)
아저씨 : 언제 도착했어요?
나 : 한 시간 좀 넘은거 같아요...
아저씨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저씨 : 한 시간 넘게 기다린거에요???
나 : 네...(사실 이것 저것 하느라... 순수히 기다리기만 한 건 아니지만... 표현방법의 한계로...)
아저씨 : 진짜 무대포시다... ㅋㅋㅋㅋㅋ
기대했던 비에이의 펜션 Alp Lodge로 가면서 젊은 주인 아저씨랑 떠들다 보니... 어느새 도착했다... 으흐흐... ^^
들어가니 안쪽 테이블에 젊은 남녀가 앉아있다... 남자애가 아저씨한테 저 아저씨가 오늘 올 사람이었어요? 라고 묻자 아저씨가 그렇다고 대답하고... 한국인이라 말하자... 커플의 눈빛이 반짝이며 뭔가 말을 걸어보고 하는 모습이다...
(나도 말걸어 주고 싶어~ 너네만큼~ 근데 나 배고프니까 좀만 참아~)
아까 산 수건을 의자위에 놓고...(옷이 엉망이라... 의자 버릴까봐...)
의자에 앉으니... 밥은 먹었냐라고 물으셔서 배고파 죽겠다고 이야기 했다... 그럼 밥 준비할테니... 방에 짐 풀고 오라고 하신다... ^^ 비 피하느라 제대로 정리도 못한 옷들을 좀 널어놓고... 있으니... 밥 먹으러 내려오랜다... ㅎㅎ 여행을 계획할 때 여기 식사는 다 맛있다는 말을 들었었다...
마실 것이 있는데 맥주로 할래? 와인으로 할래? 그래서... 와인으로 한다고 했다... 화이트랑 레드가 있는데 어느게 좋아? 하시길래... 레드요~ 라고 했더니 와인 한병을 가지고 와서... 코르크마개를 능숙하게 뺀 뒤 잔에 따라 주신다...
먼저 나온... 에피타이져 스프... 사시미 3점... 2점은 그새 먹었다... ㅋ




배가 고픈터라... 사시미를 먹는 사이... 메인 저녁이 나온다... 사실... 뭔지는 잘 모르지만... 열심히 먹었다... 뭔가...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고 할까...??? 스프의 독특한 맛과 감자... 옥수수... 다 맛있다...




밥을 먹는 내내 그 일본인 커플과 눈이 마주친다... (조금만 기다려... 밥 만 다 먹고... 나랑 대화할 기회를 줄께... 거만모드 ``;;;)
식사를 다 한 후... 와인을 마시며... 이제 대화할 준비가 되었다는 듯 사진을 찍으니...




기다렸던 그들이 내게 말을 걸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