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회

서울생활 4년차, 서울을 떠나고 싶은 이유

White Saint 2010. 8. 18. 09:51
2007년 2월의 마지막 날... 신입사원 부서배치를 받는 날이었다. 내 연고지는 경남 마산... 지금은 통합된 창원이다.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은 연고지로 부서배치를 받는 일이 많기 때문에 난 당연히... 창원공장에 배치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회사 기숙사에 컴퓨터를 가져와서 놀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고 돌발상황이 생기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지... 발령 받은 곳이... 마포 공덕 본사...
...
..
.
-_-???
회사의 농간(?)에 의해 아는 사람이라곤 별로 친하지도 않은 친척 몇명밖에 없는 서울로 내동댕이 쳐지게 되었다... ㅡㅜ

출근이 불과 5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 가장 급한 것은 잠잘 곳이었다. 대부분의 회사가 그렇듯 지방근무는 기숙사가 기본제공에 결혼시 사택까지 주어지지만 서울은 물가도 훨씬 비싼 주제에 기숙사도 없는 열악한 환경... 방을 구해보려 했으나 입주 가능일이 한달 보름이나 남은 곳밖에 구해지지 않아 눈물을 머금고 회사 근처 여관에 달방이라는 것을 끊어서 겨우겨우 잠잘 곳을 마련하였고 주말마다 커플들의 발성연습(?)을 들으며 객지인 서울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객지에서의 4년째 생활... 높은 물가와 높은 주거비용... 최상급부자와 극빈층이 공존하는 도시의 조합속에서 곰곰히 사람들은 왜 이런 도시를 선호할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서울을 선호하는 이유를 주변사람에게 물어보면 우리나라 대한민국에서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가장 중심이 되는 도시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며 자식교육때문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정치적 중심지


어차피 전국 어디를 가나 내가 행사할 수 있는 표는 1표. 서울에 있다고 해서 2표나 3표를 행사할 수 있는건 아니니 내가 서울에 살아야 하는 이유가 정치적 중심이이기 때문이라는 말은 허구가 된다.


사회적 중심지


지금이 88년도도 아니고 울산, 창원, 여수에서 이대나 신촌까지 2시간이면 가는 시대에 살면서 서울에 살아야 한다는 건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경제적 중심지


제일 웃기는 말이 아닐까 한다. 경제적 중심지에 살면 개인 소득이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연간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면서 경제적 중심지 라는 곳에서 얻는게 무엇일까 싶다. 일반적으로 대졸신입사원의 연봉에 3,000만원 정도한다고 하면... 기숙사가 제공되지 않는 서울지역 근무시 부모님의 도움없이 살기위해선 매월 주거비용만 50여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연간 600만원의 손실... 게다가 셔틀버스 운행이 거의 없으므로 통근비... 1년 365일중에 주말제외 공휴일, 연차제외하면 실 출근일자를 240일로 잡고 지하철 요금을 1,000원으로 한다면 연간 48만원의 손실... 간단히 2가지만 계산을 해봐도 경제적 중심지에 살면 연간 648만원의 손실을 떠 안고 살게 되는데 경제적 중심지에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될까...


마지막으로 개그의 극치인 자식 교육


얼마전에 신문에 떳던 사교육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이 지출되지만, 막상 성적은 타지역보다 못한 8학군의 성적이 공개되었었다...



그렇게 돈을 퍼부어봐야 전국 고등학교 순위 40위안에는 하나도 못 드는 수준의 학교들의 집합체인 8학군... 이 결과를 보고도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면 서울에 살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까 싶다...

결국은 서울을 고집하는 많은 사람들은 고향 자체가 서울인 사람... 하는 일이 서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사람등 몇몇 부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괜히 서울에 살면 멋있는 것 같은... 강남에 살면 부자인것 같은... 그런 허영심에 사로잡히거나 서울에 살면 마치 자신의 지위가 올라간듯한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4년째 살면서 느낀 건 서울에 살면서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인 여유가 없다. 항상 무언가에 쫓기듯 살아간다. 그런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나 역시 덩달아 조급해지고... 공포영화속 한 장면처럼 무엇인지도 모를 것에게 쫓기는 생활... 나에겐 살아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곳... 같은 직업을 유지할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 윤택할 확률이 높고 심리적인 여유를 주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다 휴식이 필요할땐 자연과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쉴수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