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회

어릴적 그렇게 독하게 공부하던 친구가... 헉

White Saint 2011. 7. 11. 10:16
이제 갓 30대에 접어 들던 당시... 먼저 30대의 삶을 경험하던(?) 선배, 형, 누나들이 하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도 모르겠고... 의학적 근거도 모르겠지만... 희한하게 30살이 되면... 몸의 활력이 한풀 꺾이고... 다시 33살이 되면... 몸의 활력이 한번 더 꺾이고... 몸의 활력은 줄어드는데, 해야 할 일은 늘어나고... 그러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삶은... "딱 죽지않을만큼 만" 일을 해야 사회에서 살아남는 것 같다... 라구요...

하도 많이 들었던 이야기라... 걱정도 되고... 살짝 두렵기도 한데... 지금의 제 삶을 보니... 한달에 3번정도는... 새벽 3시쯤퇴근해서... 씻고... 3시간정도 자고... 출근하는게... 왠지 "딱 죽지않을만큼 만 일을하는것"의 워밍업인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워밍업인게... 가끔 숨은 쉬고... 모자란 잠도 보충하고 그렇거든요...

왠지 가끔은 이렇게 사는게... 딱히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인생의 여명인 10대때 치열한 삶에 대한 고민을 한것도 아니기 때문일거란 생각에 가끔 그 시절에 다른 것에 빠져 있었던 게 후회스럽기도 하지만, 지금 때늦은 후회를 하느니 지금이라도 조금 더 노력해서 더 빨리 더 나은 삶을 사는게 낫겠지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얼마전... 그게 벌써 지난 6월 10일이니...

벌써 4주정도 지났네요... 제게 있어 단 두명의 20년지기 친구중 한명을 2년만에 만났습니다... 그 친구는 신촌 근처... 저는 을지로입구역 근처에서 일을 하는지라... 지하철 6정거장... 20분이면(지하철까지 이동시간 포함) 만나는 거리인데... 서로간의 스케쥴때문에 한번 만나려는데 2년이 걸리더군요...




오랜만에 만나 부모님의 안부부터 태어난 아기이야기등의 신변잡기에서 시작해서 오랜 친구들이 만나서 술 마시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옛날이야기... 그러다가 현재 우리를 둘러싼 사회적인 문제... 여러가지 답답한 상황에 대해 실컷 이야기하고 나니... 속이 많이 후련해지더군요... 나만 이렇게 사는 건 아니구나...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문제거리... 골치거리를 하나씩 안고 살아가는구나... 그러면서... 이 친구가... 어릴적 그렇게 독하게 공부해 놓고도... 역시나... 고민거리(?)를 안고 사는게... 왠지 위안이 되더군요...(이놈의 놀부 심보... -_-;;;)

오래전... 이 녀석과 처음 이야기 한 건... 중학교 3학년... 반 내 IQ검사가 나오던 날이었습니다... 중학교임에도 불구하고... 반에서 5등안에도 못 들던... 그럼에도 정신 못차리고... 무협지를 완전 좋아해서... 무협지를 열심히 탐독하다 못해... 수업시간에 "강호영웅기"라 이름 붙인 무협지를 쓰고 있던... 제게 오더니... 대뜸 제게... "니가 우리반 IQ 2등이더라?" 라고 하더군요... 왠지 모르는 그 어린시절의 반항심에... "그래서?"라고 되물었더니... 이 녀석이 하는 말이...

"내가 1등이거든... ㅋ 내가 146이고 니가 142야 ㅋㅋ"

헐... 그래... 니 똥은 256색 총 천연색 칼라똥이다... (30대만 알듯...그 땐 256색이 총 천연색의 개념이었음... 트루칼라는 커녕 하이칼라도 나오기 이전의...) 그렇게 전 이 녀석과 친구가 되었습니다... -_-;;; 그 이후 이 녀석의 과도한 어른스러움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첫번째... 이야기...


중학교 3학년 국어시간이 끝날 무렵... 나름 문학소년(무협지에 심취한?)이었던 제가 시집을 보고 있으니... 그 녀석이 절 보더니 "난 시같은거 쓰는 사람들 이해가 안돼. 그 시간에 공부나 하지. 시간이 얼마나 많으면 그렇게 시간을 보낸대?"
...
...
...
그래... 니가 우리나라 문학을 다 죽여라...


두번째... 이야기...


중학교 3학년 정규수업시간이 끝나고 야간 자율학습 시간... "아... 애들이 떠들어서 집중이 안돼네... 팝송이나 들으면서 공부해야겠다... 영어듣기 공부겸..."
얼마 뒤 이 녀석이 요즘은 뭐 듣나... 궁금해서... 물어봤었죠...
"요즘은 뭐 들어?"
"응? 아 그냥 클래식 들어."
"왜 팝송 안듣고?"
"팝송도 노래라 그런지 문법이 안 맞는게 많아서 짜증나서 못 들어 주겠어."
...
...
...
니가... 원어민이냐... 그냥 좀 듣지...


세번째... 이야기...


어느새 시간이 지나... 중 3생활의 백미, 연합고사가 서서히 다가올 무렵부터...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부모님들이 한분씩 돌아가면서... 간식을 사다주다... 그 녀석의 어머니가... 학교에 오셨더랬죠...
처음 뵙는 친구 어머니께...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니... 어머니께서 완전 반가워 하시며...
"아~ 네가 세인트구나~ 반갑다... 넌 주말에 나가서 놀기도 하고 그러지? 정말 건강해 보인다... 제발 우리 XX이도 주말에 데리고 나가서 좀 놀아줘... 애가 맨날 방에 쳐박혀서 공부만 하니까 애가 너무 비실비실해..."
...
...
...
어머니... 저희 어머니는 주말마다 발바리처럼 나갈 생각하지 말고 얌전히 앉아서 공부나 하래요...


네번째... 이야기...


중3 연합고사가 끝나고... 겨울방학때... 처음 합기도라는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하루하루 달라지는 스스로의 체력에... 감탄을 하며... 운동을 하다보니... 어느새 고1 여름방학이더군요... 고등학생이 되며 다른 학교로 간 그 녀석을 오랜만에 만나... 수다를 떨다... 이야기를 했습니다...
"와... 운동하니까 몸이 완전 가벼워... 나 그냥 공부안하고... 이 길로 나갈까봐..."라고 하니...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너네 집 돈 많냐?"
"아니..."
"너네 집 빽 좋냐?"
"아니..."
"근데 뭘 믿고 공부 안해?"
...
...
...
영감같은 소리 좀 그만해 줄래...

참... 이 녀석... 너무 애늙었던 것 같아요... 이러다 이 녀석이... 대학을 가고... 대학원을 가고... 2006년 말 미국 U.C berkeley로 Pst Doctor과정을 하러 갔다가... 2008년... 연락이 옵니다... 한국에 들어왔다고...


그 당시 저도... 전 직장에서 일하던 시기라... 바로 연락을 못하고... 몇일 뒤... 연락을 해보니... 전 직장이 있던 공덕역에서 가까운 신촌역 근처에 터를 잡았더군요... 그래서 금요일날... 날을 잡아... 만났더랬습니다... 근 2년간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하다가... 그래서 이제 한국에서 뭐하냐... 라고 했더니... 국내 대기업 차장급으로 갈 줄 알았던 녀석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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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살의 나이에 신촌에 있는 대학의 전자공학과 교수로 왔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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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무언가 한가지를 깨달았더랬습니다... 너무나 정확한 현실인... 노력한만큼 얻어진다는 것을...
그래서 지금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순간의 쾌락을 위해 시간을 헛되이 보내면... 인생은 되돌릴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지만, 죽지 않을 만큼만 열심히 노력을 한다면 그 노력은 절대 자신을 배신하지 않고 달콤한 열매를 가져다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