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독일-스위스, 파리(자전거)

[독일-스위스, 파리] E08 - 로만틱가도 뢰팅겐(Röttingen)에서 위기에 빠진 날 구해준 친절한 독일 훈남

White Saint 2012. 8. 24. 08:05
July 14 2012, PM 10:00 at Röttingen in the Germany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할아버지, 할머니, 나이든 청년과 아가씨가 한 명이 있다... 옆 테이블로 가서 자리에 앉으니 곧 500cc 잔에 맥주를 한잔 가져다 준다... 몇 시간째 땀만 흘리며 물 한 모금 못 마신 한을 풀 겸 목구멍으로 넘기는데 참... 잘 넘어간다... 그리고 맛있다... 맥주를 반정도 원 샷하는 사이... 옆 테이블의 나이든 청년은 내 쪽을 자꾸 쳐다 보는 게... 왠지 나랑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느낌이다... 마치 예전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Alp lodge에서의 야마시타와 사치코 부부처럼...

첫번째 맥주 잔을 비우고 한잔 더 달라고 한 뒤 눈이 마주치자 역시나... 내 테이블로 넘어오며 묻는다... "어디서 왔어?" 그래서 내가 되 묻는다...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아니면 어느 나라에 있다가 왔냐고? 아니면 오늘 아침에 어디서 왔냐고?"라고 물으니 "다" 란다. 그래서 한국인인데... 사우디에서 파견 근무하다가 사우디에서 와서 오늘 아침에는 Würzburg에서 왔다고 하니... 역시 이번에도 Würzburg 발음을 못 알아듣는다... 그래서 다시 또박 또박 한자 한자 이태리장인의 정신으로 이야기 해주니 능숙한 독일어 발음으로 "Ah, Würzburg"라고 하길래 그 미묘한 발음을 따라 해 보려고 하니 "R"발음이 첫글자 종성으로 말려 들어가면서 약하게 다음자 초성에서도 나타나게 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이 발음을 해보며 외국어를 한국어로 적는 것이 얼마나 뜻 전달이 힘든 것인가를 깨닫게 되었고 이 것이 여행기에 한국어 발음이 아닌 되도록 원어로 적게 만든 계기가 된다.)
몇 번 따라 해보다가 발음이 어렵다고 이야기하니 웃으며, 저기 계신 할아버지가 아버지인데 교회에서 승진해서 가족끼리 축하를 하는 자리라고 한다. 순간 머리 속으로 "권사? 장로?"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무슨 말인지 모르는 줄 알고... 그 쪽의 아가씨가 "Priest"라고 한다... 개신교쪽은 한글 겨우 뗀 애들을 비인가 신학대 만들어서 졸업시켜서 목사 만들어놓고 십일조를 수입을 위해서 공룡기업화를 하기 바쁘지만 천주교쪽은 "Priest"라는 명칭의 신부가 되려면 굉장히 오래 동안 고행의 생활을 해야 하는 걸로 알로 있어서 연세를 볼 때 신부나이로서는 충분하신 것 같지만 서양쪽은 결혼도 가능한가?라는 생각에 잠시 잠겨있으니, 그 아가씨가 다시 "Christian"이 아니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한다... 잘 모르는 게 아니라 너무 많이 아는 게 병이지... 라고 생각하며... 서양쪽은 이런 상황에서 축하를 해줘야 한다고 알고 있던 나는 그 할아버지께 "Congratulation."이라고 하니 고맙다고 하신다... 역시 난 예의바른 한국인이다...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안 ;;;

그리고 다시 내게 소개해 주길 옆에 앉아 있는 아가씨는 다음달인 8월 17일에 결혼 할 아가씨라고 한다... 여긴 그냥 결혼 전부터 편하게 시부모님이랑 같이 술 마시는 문화구나... 라는 생각이 들며 할아버지는 승진에 얘는 결혼한다고 해서 얘한테도 "Congratulation."이라고 해주는 데 생각보다 밝은 표정이 아니다... 왠지 결혼한다는 사람의 표정이 떨떠름하다... 결혼하기 싫은건가? 설마 강제결혼? ㅋㅋㅋ 라는 생각을 하며 결혼하기에 늦은 나이인 것 같아 몇 살이냐고 묻는데...
...
...
...
무려... 33살밖에 안됐다... 형인 줄 알았는데... 동생이다... 아직 생일이 안지나 33살이라는데... 생일 지나면... 34살... 나도 생일이 안 지났으니 얘네들 나이로는 34살... 그러면서 친절하게 와이프 될 사람은 31살이란다... 그려... 그 아가씨는 그 정도로 보였어... 갑자기 든 궁금증... 독일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몇 살에 결혼을 할까? 라는 생각이 들어 물었더니... 그 남자애가 남자는 평균 33살정도... 여자는 30살 정도인데 돈 버느라 힘들어서 다들 그 정도 나이에 결혼을 한단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잘 사는 독일인데도... 돈 버느라 결혼이 늦고 힘든 건 마찬가지구나... 라는 생각을 하는데... 동생이 27~28살이라고 정정해 준다... 그 후 둘이서 속닥이는 독일어... 두 분이서 두 분토론을 두(2) 분간 하더니... 동생이 이긴 듯... 27~28살이라고 한다...

그러더니 내게 나이를 묻는다... 그래서 "한국 계산법으로는 36살인데... 방금 니가 말해준 계산법으로 하면 34살이야... 한국은 태어나면 1살이거든... 그래서 나이만 빨리 먹어..." 라고 했더니... 웃는다... 아... 얘네들 웃음의 포인트는 무엇일까? 에 대한 철학적이고 사회과학적인 고민을 1초간 했더니... 또 다시 이어지는 질문... Würzburg에서 어디까지 가? 그래서 Frankfurt 공항에서 나올 때 금발의 예쁜 애한테 보여줬던 여행 계획을 보여주니... 결혼하는 남자애가 오... 할 수 있겠다 라고... 하는데... 남자애 어머니는 그건 불가능해...라고 한다... 갑자기 치솟는 대한민국 민방위의 오기!!!와 함께 7월 14일에 이곳에 들른 한국인남자, 7월 18일에 Füssen에 도착하다라는 인증샷도 보내줄 겸 결혼하는 남자애와 동생과 인증샷을 찍는데...
...
...
...
이것들은 위너고... 나는... 루저다... ㅠㅠ




결혼하는 남자애가 E-mail 주소를 적어주고 나니 동생이 나가자고 한다...(E-mail이 XXX@gmax.de인데 gmail, naver mail등이 전부 blacklist로 등재되어 있다면서 안되네요... 방법 아시는 분 가르침 좀... 굽신 굽신) 영업시간이 끝난 것 같아... 계산을 하려고 하니... 계산 안 해도 된단다... 그래서 고맙다고 하고 나가려고 하니 자전거를 가지고 오란다... 응? 자전거는 왜?라고 했더니...
...
...
...
!!!
와... 이 친절한 독일인 녀석... 자전거 여행중인 한국인, 노숙방지 캠폐인에 의해 옆 도시에 방이 있는 Gasthof를 잡아 두었는데 밤이 늦어서 위험하니 자기 차로 데려다 준단다!!! 잇힝~ 졸지에 독일애가 운전해 주는 차를 타보게 생겼다... 바로 앞 버스정류장에 세워 둔 자전거를 가지고 오니 동생의 SUV인 듯... 뒤에 자전거를 넣고 운전석에는 동생이... 나는 조수석에... 결혼하는 애는 자전거와 함께 뒷좌석에 앉는다... 뒷좌석이 불편해 보인다고 나 때문에 미안하다고 했더니... 괜찮다면서 웃는다... 왠지 미안한 마음에 내일 점심은 너네 가게에서 먹고 싶다니까 오늘은 지네들 기념일이라 늦게까지 한 거라 내일은 아마 가게 문을 늦게 열 것 같다고 한다... 바로 옆 동네인 듯... 5분 정도만에 도착했다...

자전거를 내려주니 기다리던 할아버지가 목공 작업실같이 생긴 곳에 자전거를 넣어주고... 날 데려다 준 애들은 할아버지께 날 인계(?)하고 아쉬운 듯 서로 인사를 하고 나는 나의 숙소로... 그들은 그들의 집으로 돌아간다... 할아버지에게 이끌려 Reception으로 가니 할아버지는 영어를 못하시는 듯 누군가를 부른다... 그러자 나타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귀여운 독일 소녀... 내게 이것저것 설명을 해 준다... 좀 야하게 생긴 열쇠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니... 와... 좋다... 화장실도 깔끔하고...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라는 신념으로... 길~게 샤워를 하고 뱃살이 조금 빠졌나?라는 기대를 하면서 거울을 잠시 보고... 역시나 안 빠졌구나.... 라며 기대를 접고...
PET병에 담긴 사랑스런 Remi Martin XO님을 조금씩 홀짝거리며 방 탁자 위에 있는 Wi-fi 번호로 접속을 해서 현재 위치를 확인 해 본다... 지금 위치는... Tauberrettersheim... Röttingen에서 서쪽으로 5km정도 거리... 가깝구나... 거리가 얼마 안돼 금방이겠구나... 하면서 내일 달릴 일은 내일 아침에 생각해 보기로 하고 금방 잠에 빠져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