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독일-스위스, 파리(자전거)

[독일-스위스, 파리] E06 - 난공불락의 마리엔베르크 요새(Festung Marienberg)

White Saint 2012. 8. 20. 08:05
July 14 2012, AM 08:00 at Würzburg in the Germany

8시 알람 소리에 눈을 뜨니 역시나 밖이 환하다... 어제 저녁에 잠들 때도 바깥이 환했는데... 일어나도 바깥이 환하다... 생각해 보니 아직 여기 와서 해가 완전히 진 걸 보지는 못한 것 같다... 도대체 몇 시에 해가 지는 걸까...??? 창문을 열어보니... 맑다!!!




아침에 맑다고 해서 저녁까지 맑은 건 아니겠지만, 자전거 여행을 하는 입장에서는 맑은 아침은 일단은 좋은 아침이다. 오늘부터는 순수 자전거 여행의 시작... 지난 이틀간 돌아 다녀본 몸 상태로는 지금까지 3번의 자전거 해외 여행 중 가장 최악의 상태라 걱정이 된다... 부시시한 모습으로 아침식사를 하러 가니... 어제와는 다르게 뭐 먹을 게 없다... 일단 커피나 좀 마시자...라고 생각하고... 커피를 마시는 데 역시... 얘네들 커피는 정말 맛있다... 자리에 앉아 있으니 누군가가 와서 달걀을 삶아 줄까? 스크램블 해줄까? 라고 하길래 스크램블을 해달라고 한다... 그 사이에 뭔가를 리필해 주는데... 아... 내가 너무 일찍 밥 먹으러 와서 이제야 뭔가를 진열 해 준다... 빵은 딱딱해서... 내 연약한 치아로 먹기는 힘들어서 부드러운 종류만 햄과 치즈, 토마토, 연어만 담아와서 커피, 우유와 먹고 있으니 달걀 스크램블을 주는데, 사이사이에 햄이 들어가 있다... 아... 햄... 짜다... 달걀 스크램블에 소금 안 넣어도 되겠군... 이라는 생각을 하며 아침을 먹고 방에 들어가 짐 정리를 한다... 짐들을 대충 정리하고 나니... 사랑스런 Remi Martin XO님이 너무 무겁다... 방안에 무료로 비치된 탄산수 PET병을 비워버리고 그 안에 사랑스런 Remi Martin XO님을 담는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소중하게...

짐 정리를 끝내고... Check out을 하러 Reception에 나오는데 동양인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이불정리 같은 것을 하고 있다... 너무 한국인 같이 생겼는데 이런 데서 말 걸기도 민망해서 그냥 Reception로 왔는데 아무도 없다...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고 있으니 키는 나랑 비슷한 정도에 약간 근육질을 한 양팔에 문신도 하신 독일 아주머니가 나오시더니 엄지 손가락과 둘째 손가락을 동그랗게 하고 눈에 대며 "내 안경 어디 갔지?" 하는데...
"저기요... 그 덩치에 그 문신에 그렇게 귀여운 척 하시는 거 너무 안 어울리시거든요?"라는 말은 하지 않고 언제나 그렇듯 속으로 생각만 했다... 그렇게 말했다가 한대 맞을 것 같았거든... 이름이 뭐냐고 하길래 "Park"이라고 하니...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Korea"라고 하니 자기 룸메이트도 Korea에서 온 "한XX"라고 한다... 이름은 태진아의 노래에서 서울을 싫어하는 가방 싸는 그 아가씨... 그래서 아까 이불을 싸던 그 아가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으나... 자기 고양이 이름도 "Han"이라 자기가 자기 고양이 부르면 그녀가 대답한다고 재미없는 농담을 하는 바람에 내 생각은 곧 지워지고 말았다... 오늘은 어디고 가냐고 묻길래 "Creglingen"이라고 하니 즐거운 여행을 하라고 대답을 해 준다...

숙소에서 1층으로 오래된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와서 자전거를 보니 전부 멀쩡하다... 장구류들을 장착하면서 어쩌면 독일도 장구류를 훔쳐가지 않는 문화를 가졌을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일본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후라노에서 뒤통수 맞았던 것을 생각하면 일단은 조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자전거를 타고 마리엔베르크 요새(Festung Marienberg)를 가기 위해 나와서 얼마 가지 않아 오른쪽에 어제 알테마인교(Alte Mainbrücke)를 찾아 갈 때 본 마리엔카펠레(Marienkapelle)가 보이고 정면엔 현재 기온은 22도를 알려주는 전광판과 함께 어제 숙소를 찾아 헤맬 때 이미 본 노이뮌스터 교회(Neumuenster Kirche)가 보인다...







July 14 2012, AM 10:00 at Würzburg in the Germany

마리엔카펠레(Marienkapelle )에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바로 알테마인교(Alte Mainbrücke)고 거기에서 위로 올라가면 마리엔베르크 요새(Festung Marienberg)다... 응??? 그런데... 마리엔이라는 이름이 자주 보이네? 마리엔이라는 게 어떤 뜻이 있는건가??? 싶지만... 모르니까 패스하고... 다리를 건너서 마리엔베르크 요새(Festung Marienberg)로 가는 길을 찾아 가는데...
...
...
...
이런 썅... 또 비가 온다...
재빨리 앞에 보이는 마트 같은 곳에 자전거를 주차하고... 어차피 오는 비... 어쩌겠느냐 싶어... 마트에 들어가서 커피 하나와 탄산수가 아닌 물을 사기로 하는데... 물을 못 찾아 결국은 커피 하나와 사과탄산수 하나를 사서 나와 담배를 한대 물고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본다...
5분...
또... 5분....
다시... 5분...
그리고... 5분...
지겹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것도... 더불어... 독일처자들이 날 보고 흠칫 놀라 도망가는 것도... -_-;;; 진짜... 나 범죄자 아니라고!!! 왜 날보고 놀라서 도망가냐고!!!
단발머리 동양인이라고 오해하지 마라...!
마음만은 턱~별시다...!
아... 이게 아니구나... 억울해서 그만 -_-;;;
일단은 조금은 더 가보기로 하고 비속을 뚫고 달리기 시작하는데... 비가 갑자기 더 거세어진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비를 피할 곳을 찾는데... 빙고~! 버스정류장이다... 버스정류장에 앉아... "아... 이런 젠장 맞을 비..."라며 우아하게 물 티슈를 꺼내 비를 닦고 있는데... 헐... 하늘이 맑아져 온다...




이 놈의 날씨가 장난하나 싶어 짜증이 솟긴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생각하며... 바로 보이는 왼쪽 길로 올라가는데... 와... 진짜 심각한 업 힐이다... 가다가 힘들어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다 보니 독일인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가 자전거 타고 내려가시면서 내게 손을 흔들어주길래... 나도 같이 흔들어 주다가... 이 길이 아닐거야... 마리엔베르크 요새(Festung Marienberg)말고 레지덴츠(Residenz)나 찾아 보자 하면서...(업힐이 힘들어서 그런거...
아...
아...
털썩... 맞음... 흐규흐규 ㅠㅠ) 올라오던 길을 도로 내려가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고 계속 내려간다... 가다가 보니... 뭔가 이상하다... 아무리 가도 궁전 비스무리한 것도 안 보인다... 레지덴츠(Residenz)를 찾느니 다시 마리엔베르크 요새(Festung Marienberg)로 가서 주변 지도를 다시 한번 살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까 올라 가던 그 업힐 말고 방향 표지판이 있던 곳에서 좌회전을 해서 조금 더 가니... 와... 빙고~!

드디어 찾긴 했는데... 내 인생처럼 뒷문이다... 뒷문 내 인생... 아... 슬퍼... 그러나... 슬픔은 잠시 뒷문으로 들어오니 이것 저것 볼 것이 많다...








조금 올라가다 보니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를 데리고 놀러 온 아주머니인 듯... 올라가다 지쳐 벤치에 앉아 담배를 한 대 물고 하늘을 보니... 하늘이 당연히 이래야지... 파란 하늘...




이리저리 헤매다 간신히 문으로 보이는 곳으로 오니 어떤 독일 아가씨가 혼자 지도를 보고 있다가 날 보고 흠칫 놀라더니... 도망간다... -_-;;; 어이~ 아가씨 나 위험한 사람 아니라고... 제발 좀 그러지 말라고... 흐규흐규ㅠㅠ




날 보고 도망가는 독일 처자들 때문에 마음이 아프지만 이제 2개의 목적지 중 하나를 찾았으니... 여유를 가질 시간... 마리엔베르크 요새(Festung Marienberg)의 여기저기를 느긋하게 둘러 보기 시작한다...
















얼마나 봤을까... 재밌게 생긴 동상이 있어... 뒤만 보다가...




앞으로 가서 본다... 이건 팬 서비스다... 물론 남자에게만?(나에게도? ㅋㅋ)




사람들이 건물 안에서 나오길래 안에 들어가 보기도 하고...




결국은 도시 전체가 한 눈에 보인다는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곳에 도착했다...













한참을 보다 보니 도대체 레지덴츠(Residenz)는 어디에 있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어제 찍어 둔 도시 지도를 다시 한번 보기로 하고 지도를 보는데...
...
...
...
아... 지도를 거꾸로 봤다...
ㅠㅠ
ㅠㅠ
ㅠㅠ

난 당연히 지도는 위쪽이 기차역쪽 남쪽이 반대쪽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과 반대다... 지도와 어제 헤맨 거리 등을 생각해 보면... 어제 무대 설치하고 있던 곳이 결국은 레지덴츠(Residenz)다... 이놈의 시트콤 인생... 언제까지 정진해야 시트콤 인생이 드라마로 승격이 될까...

하아... 한숨을 쉬며... 오늘 보기로 했던 2번째 사적인 레지덴츠(Residenz)로 가기 전에 화장실부터 들린다... 화장실에서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밖으로 나와 내려 가는 길을 찾으니... 자전거 숲 도로다... 꽤나 올라 온 듯... 순식간에 시속 40km를 넘어 가지만... 이번 여행의 컨셉은 안전여행... 브레이크를 열심히 잡아서 천천히 내려왔으나... 5분만에 아까의 뒷문으로 돌아왔다... 올라갈 땐 그렇게 오래 걸렸는데...

왔던 길을 되짚어서 레지덴츠(Residenz)으로 가기 위해 다시 알테마인교(Alte Mainbrücke)를 건너는 데 다리의 마지막 부분에 오니 즐거운 음악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 신났다...

특히 이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가 더 신나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