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독일-스위스, 파리(자전거)

[독일-스위스, 파리] E13 - 도나우뵈르트(Donauwörth), 로만틱가도의 중앙에 서서

White Saint 2012. 9. 7. 07:05
July 16 2012, AM 11:30 on the road from Rothenburg ob der Tauber to Donauwörth in the Germany

첫날과 둘째날의 일정이 꼬여 오늘 달려야 할 거리는 거의 140km에 이른다... 예전 여행과 비교하자면 Season 1의 히코네(Hikone) -> 나고야(Nagoya) , Season 2의 아사히가와(Asahikawa) -> 삿포로(Sapporo) 정도 될 것 같다...

현장 생활로 말미암아 약해 질대로 약해진 체력과 피곤에 쩔었던 몸이 이 곳에서의 4일 동안 굉장히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라 평속 20km를 목표로 달리는 데 확실히 기어 조절이 불가능한데다 앞 기어를 3단에 놓고 달리다 보니 힘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달리는 데 무척이나 힘이 든다... 얼마나 달렸을까... 분명히 자전거도로를 따라 달리고 있었는데... 어느새 자동차 도로로 추정되는 곳을 달리고 있다 ;;; 아... 젠장... 여기 또 국도 같아...

긴장을 더해서 달리다 보니 힘들어 국도변에 있는 꽃밭에 주저앉아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보니... 이것들은 무슨 차들이 다 벤츠에 아우디일까... 돈이 많아서 그런지 외제차 무지 좋아하는군...
...
...
...
이 아니고... 우리한테나 외제차지 자기들한테는 국산차구나 '';;;

몸이 좀 편해질 때까지 쉬다가 조금 더 달리기 시작하니 자전거도로로 추정되는 길이 나타나서 낼름 자전거도로로 진입해서 달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조금 더 달리다 보니 길이 좀 이상하다... 자갈들이 굉장히 많고 업힐을 하고 있다...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달리는데... 어느 순간 야트막한 산 위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 이 뭐 -_-;;; 길 잃은 기분이다... 아... 국도가 위험해도 그냥 도로따라 달릴 걸... 하는 후회와 함께... 그래도 여긴 차가 없으니 안전해... 하는 안도감이 같이 온다... 어쨋든 방향은 여전히 남쪽... 별 거지같은 도로를 따라 길이 뭐 이래... 라며 달리다 보니 어느 순간 다시 나타난 국도... 그런데...
...
...
...
아... 이런 젠장... 잘못 된 길을 따라 달리다가 Dinkelsbühl을 지나쳤다... 그래... 자전거도로치고는 너무 험하고 거지 같더라... 이 길을 따라서 Dinkelsbühl로 되돌아 갈 것인지 아니면 Nördlingen로 갈 것인지에 대해 물리학(이동거리에 대해...)적이고 생물학(내 몸이 버텨줄 것인가에 대해...)적인 고민을 무려 100,000,000ns동안 하다 그냥 Nördlingen으로 가기로 하고 국도를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아... 근데... 왜 이렇게 짜증이 나는 지 모르겠다...
처음 온 유럽여행에... 내가 좋아라 하는 시골도로를 달리고 있고... 어제 저녁엔 맛있는 것도 먹었고... 오늘 아침엔 예쁜 것들도 봤는데... 왜 이렇게 짜증이 날까...
휴가 나온 게 마음에 안드나...? 미친 게 아니고서야 휴가 온 게 짜증날리가...
유럽에 온 게 마음에 안드나...? 정년 퇴직전에는 한번 오기 힘든 유럽인데 그럴리가...
음식이 입에 안 맞나? 맛있기만 맛있드만!
잠자리가 불편했나? 조용하고 중간에 안 깨고 잘만 잤어!
그럼 뭐가 문제야! 라는 생각을 할 때 옆을 지나가는 자동차 안을 보고 깨달았다... 독일 녀석들 길거리에서 아무 눈치도 보지 않고 편하게 애정행각을 벌이는 게 짜증 난 거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이미 져버려서 짜증이 난 거... 이게 다 나도 모르게 몰래 따라온 좌싱글신... 이 녀석때문이다...

현장근무 끝나고 한국으로 복귀하게 되면 자전거 타는 아가씨를 만나야겠다... 라는 생각을 한다...
뭐? 만날 수 있을 것 같냐고?
...
..
.
납뜨기 안되요 납뜨기. 내가 자전거 타는 여자랑 결혼하겠다는 데 왜 이해를 못해주세요. 아 진짜. 어!터!카!지!?
납!뜨!기! 안!되!네?
한강 자전거도로로 자전거를 끌고 가. 거기 가면 괜찮은 아가씨가 한 명쯤 자전거를 타고 있게 되어있어.
그 아가씨를 보고 자전거를 끌고 성큼성큼 걸어가.
그리고 다리를 뚫어져라 쳐다봐. 시선 돌리면 안돼.
이게 컨셉!

그러면 아가씨가 어머, 엉큼하게 어딜 쳐다보는 거에요? 라고 말하면
왜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다리가 있어서 좀 보고 있는데 뭐 잘못됐어요?
그럼 그 아가씨가
"엄훠, 세상에서 제일 예쁜 다리래. 하면서
촉촉해 보이려고 다리에 물을 쫙! 쫙! 쫙!
반짝거려 보이려고 다리에 오일을 쭉! 쭉! 쭉!
그러다 바닥이 젖어서 미끄러지면,
그 때 자연스럽게 허리를 감싸 안으면서
넌 나의 자전거도로! 영원히 그 곳을 달릴거야! 이게 임팩트
Game Over! The End! 어터카지? 이제부터 얘랑 나랑 오늘이 1일... 100일 뒤에 100원 줄거야? 넌 안 줄거 같아.

아... 미안 정신이 다른 데 가 있네 ;;;
아... 게다가... 짜증이 나는 이유 중에 하나를 더 꼽자면... 독일의 자전거도로는 굉장히 불친절하다... 자전거도로를 따라 달리는 데 갈림길이 나와도 어디로 가라고 안내가 하나도 안 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워낙 GPS가 빵빵 터져서 갈림길 안내가 없어도 문제없고, 일본에서는 그냥 국도변을 따라서 자전거도로도 같이 가니까 자동차 표지판을 보고 가면 상관이 없었는데, 이 놈의 독일은 자전거도로는 따로 떨어뜨려놓은 주제에 표지판도 없어서 사람을 굉장히 헤깔리게 만든다... 그래서 결국은 Dinkelsbühl만 지나친 게 아니라 Nördlingen도 지나쳤다... 쌍... 거기다 도시로 진입을 하나도 못해보고 목마름과 배고픔에 시달리다가... 저녁시간에 겨우 도착한 곳이 바로... Donauwörth다...


July 16 2012, PM 06:00 at Donauwörth in the Germany

아침 먹고 Rothenburg ob der Tauber 에서 조금 노닥거리다가 달리기 시작해 저녁이나 되서야 도착한 Donauwörth(이건 도대체 어떻게 읽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구 시가지를 지나는데... 여기저기 공사하는 것이 보인다... 하아... 내가 공사하다가 와서 여기저기 공사중인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어딜가나 널려 있는 교회들이 여기에도 있겠지... 하면서 무언가를 찾았는데... 이게 과연 교회인걸까... 아니면 교회처럼 생긴... 아무것도 아닌걸까... 하면서 바라본다...







장난감 박물관으로 왔는데... 이미 문 닫았다... 에혀... 독일에서는 최대한 이른 시간에 다음 도시에 도착해야만 저녁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고...







다시 구시가지 쪽으로 오는데... 흠...
흐흐흐
오늘 Party가 있는 건지, 아니면 결혼식인 건지... 독일에서 처음으로 정장차림의 사람들이 몰려 있고... 독일 아가씨들은 푸욱 파인 드레스를 입고 있다... 흐흐흐... 감사하다...
사진을 남기려고 하는데...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날 쳐다 본다... 이런... 이건 나만 봐야겠다... 나같은 지성인이 여기 와서 도촬이나 하는 변태로 몰리면 슬플 것 같아...
결혼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구경거리를 제공해준 주인공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하며 오늘의 목적지인 Gersthofen로 이동하기 위해 도시를 빠져나가는 길을 찾기 시작한다...

남쪽으로 가다 보니 문으로 추정되는 곳을 나와 만나게 된 다리...







다리 위에서 보니 이 조그만 것이 과연 강이라 불릴 것인가에 대해 자연과학적인 고민을 해 본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Gersthofen. 이제 그곳으로만 가면 그 동안 꼬인 일정도 해결이 되고 내일부터는 이동거리가 짧기 때문에 그다지 거리에 대한 압박을 느끼지 않고 샤방샤방 라이딩을 하면 된다는 생각에 도시를 빠져나가기 위해 길을 따라가다 Donauwörth 기차역에 도착했다... 기차역 앞의 분수를 뒤로 하고 오늘의 최종 목적지를 항해 달리기 시작하는데...




오늘 너무 달리는 데만 집중했다... 잘못하면 Season1에서처럼 손목 인대가 늘어날지도 모르겠다라는 불안감이 든다... 엉덩이는 이미 마비상태에 들어선 지 오래고... 양 손목도 아프고 목도 아프다... 그래도 Donauwörth에서 Gersthofen는 40km도 안되는 짧은 거리라 2시간이면 넉넉하게 도착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마저 예상했던 2시간이 아니라 3시간을 넘겨... 10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도착했다... 이미 주변은 다 어두워져 있는 상태... 숙소를 찾아야 하는데 길거리에 사람은 거의 없고 상점들도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 소심해서 문제도 안 일으키는 세인트는 조금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