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일본 홋카이도(자전거)

홋카이도 여행 이야기 8 - 비와 함께 비에이로...

White Saint 2009. 8. 19. 00:06
비에이를 향해 조금 달리다가... 내가 지금까지 아무것도 안 먹고...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등만 조금... 식사라고 할만한 걸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아... 그놈의 구경이 뭔지...
내 오무카레... ㅠㅠ
도저히 오무카레집을 찾지는 못할 것 같고... 되돌아 가봐야... 아름다운 경치 구경에 눈이 멀어... 맛집다운 맛집을 못본터라... 비에이로 가는 길에... 먹을 만한 곳이 있으면... 먹고 가기로 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비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팜도미타를 돌아다닐 때와는 다르게 하늘의 구름색이 까맣다... 살짝 불안하다... 그래도 아직은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수준이라 마음의 위안을 삼고 달리는데... 여행 오기 전 박차장님댁에 컴퓨터 조립해 드리러 갔을 때가 생각이 난다... 컴퓨터 조립을 하고... 윈도우등 프로그램을 까는 동안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바깥으로 잠깐 나갔었다... 메뉴를 뭘로 할까... 고민하는 사이... 비가 조금씩 떨어지자... 차장님의 아들이... "아빠... 비와~"라고 말하자... 팀 내의 터프가이 차장님이 "이정도 비는 맞아주는거야..."라고... 말씀 하셨었다...
"네... 차장님...
저도 이정도 비는 맞아줄께요..."라고 생각하며 달리고 있는데...
비가 조금씩 거세어진다... 오전의 비와는 달리 차갑다... 게다가 양이 많아지니... 자전거를 타면서 올라오는 내 체온으로 마르지 않고... 옷이 조금씩 젖어간다... 그러다... 갑자기...
미친듯이... 쏟아진다... ㅠㅠ
으악~~~ ㅠㅠ
"차장님!!! 이 비는 맞아줄 비가 아니에요... 전 차장님처럼 터프하진 못하잖아요!!!
지금부턴 광속이다... 비 피할 곳을 찾아야 해..."라며 달리는데 앞쪽에 국도변 음식점이 보인다... "빙고~" 저기서 밥 먹으면서 비가 그치길 기다리자... 라고... 생각하고... 그곳으로 갔는데... 역시...
...
...
...
음식점 문 닫았다...!!!
하아...
이놈의 시트콤신은 언제 다른 사람한테 가련지 모르겠다... 아... 비 오는데... 배고픈데... 화장실도 가고 싶은데... 눈물날라 그런다... 크흑... 문 앞 셔터앞 약간의 비 피할 공간에 자전거를 세워 두고... 담배를 한대 문다...
쓰으읍~ 후우우우~




비가... 참... 많이도 온다...




이런 날엔... 집에서 비 내리는 소리와 함께 음악을 들으며 책 보는게 가장 즐거운데... 히노데 공원은 기대만큼 예뻤지만 라벤더 공원과 팜 도미타는 기대 이하여서 실망했는데... 난 내친구 좌싱글신 우시트콤신과 함께 여기서 뭐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든다...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이거 뭐 태워달라고 말할 수도 없고... 어떻하나... 라는 생각을 하는 사이... 체온이 떨어지는 지 추워지기 시작한다...

이런...
내일 일본신문 머리기사에 "한국인 자전거 라이더! 한 여름에 홋카이도까지 와서 얼어 죽다!!!"라는 기사가 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쪽팔린다... -_-;;;
마침...
비가 체온으로 옷을 말릴 수 있을만큼 줄어든다... 기회는 줄 때 잡아야 한다...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일본 운전자들... 비가 오면 미치는 것 같다... 내리막길에서... 다음 비 피할 만한 곳이 있을 때까지 미친듯이 밟느라... 시속 40km가 넘어가게 밟고 있는데... 나한테 물 뿌리면 휭~ 하고 지나간다...
이것들...
...
...
...
매너 꽝이다...
내가 보이면 내가 가는 길에 앞을 다 비켜주던... 그런 일본애들은 다 어디간거야...
미친듯이 밟다 보니... 옷이 마른다... 비도 다시 부슬부슬... 아... 그래... 일본신아... 고맙다... 그래도 일본 관광객 배려해주는거지...???
???
??
?
배려는 개뿔!!!
아... 미치겠다...
갑자기 아까보다 더 쏟아진다... 이제 국도의 중앙에 들어선건지... 건물이라곤 하나도 안보인다... 짐들이 하나씩 젖어들어간다... 헬멧... 상체 저지... 하체 저지... 신발.... 마지막으론...
...
..
.
팬티까지...
이제... 난 이왕에 젖은 몸이 되었다...
아... 그래...
여름이잖아...??? 내가 달리고 있는 이상... 몸에서 열이 나는 이상... "난 얼어죽진 않아!!!" 라고... 생각하는 데... 에혀... 이놈의 시트콤신.... 날 유혹한다... 비 피할 곳으로... 그래서... 난 시트콤신의 유혹을 낼름 물었다... ;;;




도저히 비가와서 이런 곳의 외형을 찍진 못했지만... 나중에 달리다가 이런 곳 보이면 찍어줄께... 이제 뭐 신발 벗고... 옷 꺼내서 저지닦고... 가방에 물 들어갔나 확인하니... 다행히 담배도 안 젖었고... 해서... 발 말리고 그냥 앉아 있었다... 처음엔 내가 놀러왔지... 군대왔냐... 이러고 있다가... 이것도 여행이 끝나면... 추억일거야(-_-;;;)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참... 난 내가 생각해도 속 편하다...
이대로면 열량 부족으로 체온이 떨어질것 같다...
부시럭 부시럭...
혹시나... 가방안에 먹을 것이 있나 찾는다... 아싸~ 어제 맥주 마시며 안주로 쓰던 오징어가 있다... 물과 함께 오징어를 삼킨다... 짭쪼름한게... 배고픈만큼 맛있다...
이제 비가 줄어들면... 모든 걸 무시하고... 달리기로 하는데 마침 비가 줄어든다... 이번엔... 비가 아무리 와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하기로 한다...(대한민국 육군 예비역 병장의 깡이 있지...) 달리다 보니 여기저기 배수가 잘 안되는 곳이 있다...

일본이아무리 시설이 좋고 깔끔한 관광국이라해도... 그건 다 관광객이 불편해서 안 오는 일이 없게하는 곳 일뿐... 내가 가는 길처럼 시골길은... 한국수준으로 엉망이다...(대한민국 정치인들 내가 이런다해서 열 받지 말고 반성한 다음에... 전편에 말했듯이... 보도 블럭 뒤엎지 말고... 환경을 개선해라...) 하아... 가다가 보니... 바나나 호텔이 보인다...
이름이 바나나호텔이 뭐냐... 작명센스하고는... ㅋㅋㅋ
그냥 저기 들어갈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안돼... 오늘은 기필코 내가 작성한 계획중 마지막인 펜션으로 가야돼!!! 라는생각과... 뭐... 어제도 다른데서 잤는데... 팬티까지 젖은 몸으로 비에이까지 가야 하나... 라는 생각이... 열심히... 싸운다...
싸우는 사이...
바나나 호텔은 어느새 저 뒤에 있다... 그래서... 그냥 달린다 ;;; 하아... 얼마나 달렸을까... 저기...
비에이역이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
...
...
...
...
진짜... 비에이다... ㅠㅠ
아...
나... 이 비를 뚫고 여기까지 왔다...
나...
진짜 여기 왔다...
이제... 단시간이지만... 못한걸 할 수 있는 곳으로 왔다... 가장... 먼저!!! 비에이역에는 무언가 먹을 것이 있을까... 라고 생각한다...
후라노역에는 우동 비슷한걸 파는 곳이 있었으니까... 근데... 나... 지금 비에이역 반대편에 있다... 반대로 건너 가려고 노력하다가... 보니... 비에이역은 자전거 여행자들이 반대쪽으로 넘어갈수 있게 엘리베이터가 있다... 낼름 건너간다... 먼저 맞은편에 있는 편의점에서 물을 닦을 수건과 Alp Lodge까지 갈 우산을 사러간다...
그런데...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주인이 날 쌩깐다...
...
...???
쟤는 한국인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야~ 너 나한테 어서오세요~ 라고 인사 안해?"라고 말하고 싶지만... 뭐 다 알다시피...
...
우산이 어딨냐고 물으니... 비에 쫄딱 젖은 내가 맘에 안드는지 달랑 손가락으로만 가르킨다...(이걸 그냥 확... -_-;;;)
수건은 어딨냐고 물으니... 역시나 손가락으로만 가르킨다...(아저씨... 좀 맞을래요...???)
우산과 수건을 들고.... 만엔을 준다... 그리고 영어로 말했다... "야... 계산해"라고... 뭐... 그 아저씨... 만엔짜리 보더니...
오~
이러더니 급친절해진다...
아놔... 맘에 안든다... 이 아저씨... 비굴해보여... 이런 모습이 일본인인가 싶다... 작년엔 이런 사람 없었는데... 살짝 일본에 대해 실망하려 한다... (고이즈미같은 것들빼면 일반인들은 나한테 이미지 좋았는데...) 편의점을 나와서... 비에이역의 화장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는다... 팬티까지... 젖은...(에휴... 부끄... 날 아는 사람들... 이런 건 모르는척 해주라...)
옷을 화장실에서 평상복으로(왜 안젖었냐고??? 가방 바닥에 있었으니까... 다른 것들이 희생했지...) 갈아입고... 나에게 즐거움을 줄 Alp Lodge를 가기 위해... 기대하고 있는 나의 펜션으로... 가기 위해... 지도를 펼쳐든다...